미국선 “위험하지 않다” 일부 유럽선 “유해 가능성” 의견 분분
과학자들, 유엔에 ‘휴대전화 인체 유해 가능성 다뤄달라’ 탄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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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서 전자파(電磁波·Electromagnetic Wave)라는 표현이 거론된 건 수십년이 넘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그리고 휴대전화가 차례로 보급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말 그대로 전기를 쓰는 전자제품이 많아지니 전자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난 것이다.
전자파는 전기장과 자기장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물결을 합친 표현이다. 전자파를 만드는 힘은 뭘까. 태양과 같은 자연현상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한 원인은 전기이다. 직선으로 흐르는 전기를 중심으로 자기장은 평행한 방향으로 물결치고, 전기장은 수직 방향으로 물결친다. 한강대교 형태에 빗대면 쭉 뻗은 차도는 전기의 흐름이다. 좌우 난간을 반복적으로 때리는 물결은 자기장, 하늘로 물결치는 아치는 전기장에 해당한다.
전자파의 핵심적인 모양새는 물결이다. 이 물결이 1초 동안 진동하는 횟수를 주파수라고 부르는데, 주파수는 전자파의 성격을 완전히 바꾸는 비밀이다. 초장파(3~30㎑)는 해상 통신에, 이보다 주파수가 높은 중파(300~3000㎑)는 단파 통신과 AM라디오에 활용한다. 극초단파(300~3000㎒)는 이동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극초단파보다 주파수가 높은 밀리미터파는 현재 우주 통신 용도로 사용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5세대(5G) 시대가 열리면 밀리미터파 대역에 근접한 주파수도 사용될 예정이다.
핵심은 전자파가 인체에 위험한지 여부이다. 미국 주류 과학계와 업계에선 대체로 휴대전화 등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비전리 방사선(non-ionizing radiation)’, 즉 인체 조직의 변형을 불러올 능력이 없는 성격이기 때문에 질병을 유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비정상적으로 밀착해서 쓰지 않는 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유럽을 중심으로 유해 가능성에 좀 더 방점을 찍는 시각도 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건 늘 몸에 지니는 휴대전화이다. 휴대전화는 다른 전자제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체와의 근접성이 높다. 인체와 아주 짧은 거리에서 작동하고, 잘 때조차 머리맡에서 떠나보내지 않는 사용자가 많아 노출 시간도 길다. 수십년간 휴대전화 전자파를 가까이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만성적인 문제점은 아직 누구도 알지 못한다. 게다가 최근 등장한 5G 기술은 현재 쓰는 4G보다 주파수가 훨씬 높아 대중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체 유해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올해 9월 스위스에선 5G 통신망 설치를 중단하라는 시위까지 일어났다.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휴대전화 사용이 많은 그룹에서 특정 질병의 발생 빈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발병 구조가 명확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예방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6월 세계 42개국에서 모인 과학자 248명은 유엔환경계획(UNEP)에 휴대전화로 인한 인체 유해 가능성을 진지하게 다뤄달라고 탄원서를 냈다. 안전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지금보다 강력한 예방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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