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한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은 “(공관 공사비 중) 4억 원 상당은 잘못된 예산 집행이었다”면서도 “이 모든 결정은 지금의 대법원장 취임 전에 이루어졌고, 실무자 선에서 최종 결재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설령 그런 해명이 사실이라고 해도 참으로 궁색한 변명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법원행정처는 2017년 8월 김 대법원장이 후보자로 지명된 이튿날 공관 개·보수 사업 공고를 냈고 곧이어 당초 국회가 편성한 9억9000만 원보다 6억7000여만 원 초과한 예산을 배정했다. 국회 의결이나 기획재정부 장관 승인을 거치지 않은 탈법적인 예산 집행인데 실무자 선에서 가당키나 한가. 설령 김 대법원장 취임 이전 그 같은 결정이 이뤄졌다 해도 실제 공사와 예산 집행은 취임 후이다. 사법부 최고기관으로 가장 법에 충실해야 할 대법원에서 이런 예산 전용이 버젓이 벌어지고 호화스러운 리모델링에 대해 아무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전임 대법원장 때의 일이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사법개혁을 다짐하며 취임했다. 2017년 9월 취임식에서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구습에 젖은 처신으로 수차례 도마에 올랐다. 아파트를 분양받은 아들 부부가 공관에 입주해 ‘공관 재테크’ 의혹이 제기됐고, 공관 가구와 가전제품 5900여만 원어치를 새로 구입해 논란이 됐다. 출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법부 수장을 보며 국민이 기대했던 청렴함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다른 행정부처가 이 같은 탈법적 예산 전용을 저질렀다면 사법부는 어떻게 심판할까. 이러고도 사법개혁의 영이 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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