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KDI,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
"글로벌 가치사슬 와해…아시아 취약해지는 모습"
"위험 분산으로 금융안정에 긍정적 효과 줄 수도"
앤드류 케이 로즈 싱가포르 국립대 경영대 총장이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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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트럼프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인구 고령화와 기후 변화 역시 장기적으로 다자무역 약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앤드류 케이 로즈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 총장)
5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G20 글로벌 금융안정 컨퍼런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만큼이나 인구 고령화로 인한 수요 변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운송비 상승이 국제 교역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앤드류 케이 로즈 싱가포르국립대 경영대 총장은 “전 세계가 다자무역 약화 상태에 빠진 것은 맞다. 지금 다들 트럼프가 뭘 했는지에 집중하면서 원인을 찾고 있지만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세계경제 불안 요소로 꼽은 요소는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대부분 수요가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는데 서비스산업의 특성상 국가 간 교역보다는 국가 내에서 이뤄지게 된다는 것이다.
로즈 총장은 “서비스라는 게 교역은 물론이고 규제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지역 내 무역협정(역내무역협정)이 점차 늘어나는 걸 볼 수 있는데 전 세계적인 상품무역 자유화보다 역내 서비스 자유화가 상대적으로 더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운송비 부담을 덜어주는 기술 발전의 속도가 과거보다 느려진 것도 원인이라고 봤다. 50여 년 전 이뤄진 컨테이너화 이후 수십 년 간 이렇다 할 기술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는 지구의 존재를 결정할 현상이 될 수도 있는데 무역에서도 운송비를 인상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로즈 총장은 이러한 장기적 원인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달러값 상승 △정책 불확실성 △소프트 파워(군사력·경제규모와 달리 문화와 매력을 통해 얻는 힘) 부재가 다자무역 약화의 단기적 원인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은 달러라는 안전자산의 최대 발행국”이라며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거시경제 문제를 겪으면 미국으로 돌아가며 달러 강세 상황에선 미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나라에서도 무역이 축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가치사슬(밸류체인·GVC)이 와해하고 복잡한 GVC에 편입된 아시아가 취약해지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로즈 총장은 세계 경제 불안이 금융안정성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선 각국의 경제가 등락을 함께 하는 동기화가 된다. 그는 “하지만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나타나면서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리세션) 위험을 나눠 가지면서 오히려 금융안정의 측면에선 예상치 못한 장점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회사를 맡은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무역갈등이 장기화하고 보호무역주의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GVC에 깊게 연계된 국가는 실물경제에 제약을 받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런 부정적 영향이 금융 부문으로 전이되면 급격한 자본유출 등 금융불안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각국 여건에 맞는 거시정책과 건전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신흥국 부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9 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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