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세계사·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나치 전범 추적자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 시몬 비젠탈(1908~2005)이 쓴 자전적 에세이와 그에 대한 세계 각국 다양한 인사들의 반응을 엮은 책 '해바라기'를 번역했다.
1943년 유대인 수용소에 수용돼 있던 비젠탈은 죽어가는 나치 장교가 입원한 병실로 불려가게 된다. 이 나치 장교는 과거 수백명 유대인을 좁은 집에 몰아넣고 불을 지른 뒤 탈출하려는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하는 짓을 저질렀다고 고백하면서 죽음을 앞두고 이 사건 당사자가 아닌 유대인에게서라도 용서를 받고 싶었다는 말을 한다.
뜻밖의 고백을 들은 비젠탈은 그러나 고민 끝에 아무 말 없이 병실을 나오고 말았다. 이미 죽어버린 수백만명 유대인한테서 용서의 권한을 부여받지도 않았고 일가친척 89명이 나치의 손에 목숨을 잃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더라도 도저히 용서한다는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죄인이라도 죽음을 앞두고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용서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은 평생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전후에 그 나치 장교의 어머니를 만나보고서는 이런 의문이 더욱 강화됐다.
제목의 '해바라기'는 강제노역을 하러 가는 길에 비젠탈이 보았던, 나치 군인들 무덤가에 줄지어 피어 있던 꽃이다. 그는 이 꽃들을 보면서 "나도 죽은 뒤에 저들처럼 해바라기 한 그루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부러움과 비애를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비젠탈은 1969년 이 책을 내면서 독자들에게 "당신이라면 과연 어떻게 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수많은 사람이 응답했다. 1976년 그의 질문에 대한 전 세계 지식인, 종교인, 예술가의 답변이 추가돼 책이 재출간됐고 1997년에는 전후세대 필자들의 글이 추가된 개정판이 나왔으며 이 개정판이 이번에 한글로 번역돼 출간됐다.
뜨인돌. 472쪽. 1만9천800원.
▲ 천하무적 세계사 = 모토무라 료지 지음, 서수지 옮김.
인류가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때부터 5천년간 세계사를 관용과 동시대성, 결핍, 대이동, 유일신, 개방성, 현재성이라는 7개 키워드로 종횡무진 오가며 분석했다.
주변국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절대 강자에서 짧은 기간에 멸망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역사상 최초의 세계제국 아시리아와 1천여개에 이르는 지중해 도시국가 중 하나에 불과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진정한 세계강국으로 부상해 오랫동안 초강대국 지위를 누린 로마. 저자는 두 나라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관용'이라고 분석한다.
또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교류도 거의 없던 지역에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동시대성'에도 주목한다. 이런 일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저자는 역사를 대하는 관점과 태도를 달리한다면 '동시대성'의 의미와 배경이 달리 보이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세계사를 통찰하는 안목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으로 대표되는 철학이 탄생할 무렵 중동지역에서는 여러 예언자와 배화교 시조 조로아스터 등이 나타났으며 인도에서는 불교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중국에서는 노자, 공자를 비롯한 제자백가가 등장하는 등 우후죽순처럼 사상과 철학이 태동하는 '동시대성'이 나타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기원전 2000년대에 일어난 문자, 일신교, 화폐 등의 탄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간소화한 문자가 널리 보급되면서 민중 사이에 읽고 쓸 줄 아는 지식계급이 나타났고 화폐의 탄생이 교역을 활성화해 사람들이 더 광범위한 정보를 얻게 됐으며 신들 사이에 위계질서가 생겨나 인간의 사상과 가치관에 끼친 영향 등의 효과가 누적돼 1천년 후 사상과 철학의 부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도쿄대와 와세다 등지에서 역사를 가르쳤고 현재 도쿄대 명예교수인 저자는 "역사는 어느 한 순간, 한 장면도 단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오늘, 지금 이 순간으로 이어지고 확장하며 '현재성'을 획득해간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대학입시를 목적으로 고대사·중세사·현대사 식으로 토막 내고 추려내는 과정에서 '현재성'이 사라지고 '현장성'과 '생동감'이 증발해 버린 것이 오늘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역사교육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사람과나무사이. 324쪽. 1만7천원.
▲ 일에 관한 9가지 거짓말 = 마커스 버킹엄·애슐리 구달 지음, 이영래 옮김.
전 세계 19개국 2만 명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업무에 몰입하는 사람은 100명 중 15명에 불과하더라는 연구 결과는 한국의 평균적인 직장인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은 '왜 나머지 85명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무엇이 직장인들의 의욕을 꺾고 몰입을 방해하는 것일까', '성과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와 같은 의문에 대답하고자 한다.
현실의 직업세계에 존재하는 큰 결함과 일상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개개인 고유의 개성 표현을 억누르는 시스템, 절차, 도구, 가정을 만들어내는 요인들을 제목 그대로 '9가지 거짓말'로 요약해 분석한다.
첫 번째는 '사람들은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지에 신경 쓴다'는 거짓말이다. 여러 실증적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저자들은 입사할 무렵에는 회사에 신경을 쓸지도 모르지만 일단 회사에 들어가면 어떤 팀에 있는지를 더 신경쓴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쁜 회사의 좋은 팀에 있는 사람은 회사에서 버티지만 좋은 회사의 나쁜 팀에 있으면 회사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어느 회사 할 것 없이 매년 지키지 못할 계획을 세우느라 철야 근무를 하고 9월에 세운 계획을 11월이면 뒤바꿔야 하는 어리석음은 '최고의 계획은 곧 성공이다'라는 또 다른 거짓말에서 비롯된다.
이밖에 '최고의 기업은 위에서 아래로 목표를 전달한다', '최고의 인재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사람들에게는 타인을 정확히 평가하는 능력이 있다' 등이 '거짓말' 목록에 올라있다.
쌤앤파커스. 368쪽. 1만6천800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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