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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피지섬 타작마당' 그 교회, 아직도 수감된 그 목사가 강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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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경기도의 한 건물. 무엇을 읽는 것 같은 남성의 목소리가 밖으로 울려 퍼졌다.

"…영혼을 정갈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남자의 말이 끝날 때마다 여러 사람이 "아멘"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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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있는 A교회 전경.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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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신도들을 남태평양 피지공화국으로 이주시켜 노동력을 착취하고 '타작마당'이라는 폭력 행위를 해 논란이 된 A교회다.

목사 신모(60·여)씨는 현재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러나 교회 앞은 주말 예배를 보기 위해 모인 신도들의 차량으로 가득 찼다. 사람들도 많이 오갔다. 인근에는 이 교회 신도들이 운영하는 식당도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주민 김모씨는 "일반 교회인 줄 알았는데 신도들이 교회 근처로 아이까지 데리고 이사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곧 피지로 간다'면서 아이들을 학교도 보내지 않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평일 오전에 교회를 오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천년왕국' 주장에 피지로 간 신도들

지난 7월 말 신 목사는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신 목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동상해, 특수폭행, 중감금, 사기, 폭행교사, 아동복지법 위반 등 모두 9가지다. 그는 추종자 등과 2014년 말부터 2017년 8월까지 교인 400여 명을 남태평양 피지로 이주시켜 생활하면서 '타작 마당'이라는 자체 종교의식을 앞세워 신도 10여 명을 30여 차례에 걸쳐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신 목사는 재판에서 "타인에게 신도들을 폭행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고 타작 마당은 피해자들이 원할 때 동의를 받고 진행했다. 감금, 사기 등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모든 범죄 행위가 피고인의 지시 없이 진행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 교회의 실상이 알려진 것은 2014년이다. A교회는 피지 현지에서 식당과 잡화점, 미용실 등을 운영했다. 농업과 건축업 등에도 손을 댔다. 동포 간담회 등을 통해 A교회가 토지 매입 등으로 피지 진출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던 대사관은 A교회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던 중 그해 12월 피지 현지에 있는 한국대사관으로 들어온 한 여성이 "A교회에서 탈출했다"며 신변 보호와 귀국 지원을 요청했다. 이듬해엔 A교회 신도와 현지 주민 간에 충돌이 있었다는 신고가 피지 경찰에 접수됐다. 이후에도 A교회에서 탈출한 사람들의 대사관 방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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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교회 타작마당 모습[JTBC 뉴스룸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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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고백하라"며 가족 등에게 폭행 강요

1심 판결문과 경찰에 따르면 신 목사는 자신을 "성경을 해석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도들에게 지진, 기근 등 동영상을 보여주며 "곧 전 세계에 기근이 닥칠 것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영원히 살 곳을 찾았다"며 "피지로 이주하자"고 제안했다. "피지 거주 비자를 취득하려면 한 사람당 3000만원이 필요하다. 헌금할 때는 전 재산을 처분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를 믿은 신도 수백명이 전 재산을 처분하고 신 목사를 따라 피지로 갔다.

피지에선 신도들의 여권을 압수한 뒤 농업, 요식업, 미용업, 건설업 등에 각각 배치하고 부장과 팀장 등을 선발해 이들을 관리했다. 일한 대가도 주지 않았다.

'타작 마당'이라는 종교의식도 했다. 교회를 비방하거나 일에서 실수를 한 사람 등을 고발하도록 한 뒤 고발당한 사람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다. 신 목사가 성격 구절을 인용해 만들어 낸 의식이었다. "추수한 곡식을 타작해 알곡과 쭉정이를 구별한다"는 의미로 "인간이 죄를 범하는 것은 귀신에 들렸기 때문이니 신체와 정신을 타작해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다.

이 폭행엔 남편이 아내를, 자식이 부모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경우도 있었다. 갓난아이와 노인을 폭행하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살살 때리면 그걸 문제 삼아 폭행했다. 신 목사는 "학교에서 배울 것이 없다"며 신도들에게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말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신도 중에는 고학력자는 물론 목사 안수를 받은 이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박형택 목사는 "이단, 사이비 종교의 전형적인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을 신격화하고 종말론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지로 간 이유는 사회와 단절시키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신도들을 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타작 마당도 '내 잘못'이라는 죄책감 등 감정을 건드리는 수법으로 '완전한, 유일한 지도자는 신 목사'라는 종교적 세뇌에 빠지게 하기 위한 행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현재 기독교 각 종파에서도 A교회를 이단으로 분류하고 교류 중단을 지시했다고 한다.

대사관도, 경찰도 구조하려 했지만…

A교회의 실상을 알게 된 대사관은 신도들을 구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까지 탈출한 이들은 50여명 정도. 그러나 워낙 폐쇄적인 구조라 피지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A교회 신도가 몇 명 인지 등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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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현지에 세워진 A교회 입간판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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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은 피지 경찰의 협조로 일부 신도를 일대일 대면조사 해 이들이 자발적으로 피지에 체류하고 있는지 및 신변안전 상태 등을 확인했다. 하지만 신도들은 모두 "자발적인 체류고 안전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A교회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경찰도 3차례 걸쳐 피지를 방문했다. 신도들을 상대로 조사하고 "국내로 돌아가고 싶다면 도와주겠다"는 의사도 전했다. 그러나 접촉한 신도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교회를 탈출한 피해자들도 피해 진술을 꺼렸다.

박 목사는 "신도들이 여전히 신 목사를 추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반면 일부 신도는 전 재산을 교회에 바친 상태라 탈출하고 싶어도 재정적 문제 등으로 탈출하지 못하거나 보복 등을 우려해 입을 다무는 것"이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신 목사 등 5명을 구속했다. 또 타작 마당에 가담한 12명을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신도들의 경우 피해자이면서 피의자인 경우가 많았다"며 "타작 마당 등을 주도한 핵심 피의자 일부가 피지에 체류하고 있어 피지 정부에 이들에 대한 송환을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지는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았다.

신 목사는 없지만 A교회는 국내와 피지 현지에서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전에 찍은 신 목사의 설교 영상을 틀거나 교도소에서 보내온 편지를 '옥중 편지'라며 낭독한다고 했다. 신도들은 현재도 신 목사의 조기 석방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신 목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는 5일 오전 10시30분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신 목사 측은 4일 법원에 선고기일 연기 신청서를 낸 상태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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