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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한·일 정상 환담 뒤…서훈 “지소미아 복구 배제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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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고위급 협의 갖자”

아베 “해결 방안 모색 노력”

양국, 11분 환담 브리핑 온도차

한국선 지소미아 입장 변화 기류

국정원장·장관 같은날 유화 발언

스틸웰 오늘 방한 맞물려 관심

중앙일보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태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회의가 열리는 ‘노보텔 방콕 임팩트’ 정상 대기 장소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베 총리를 자신의 옆자리로 안내한 뒤 11분간 단독 환담을 했다. 이번 환담이 사전 조율 없이 이뤄지면서 사진은 수행 중이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촬영했다. 양국 정상 간 대화는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사진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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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차 태국 방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단독 환담을 했다.

양 정상은 이날 노보텔 방콕 임팩트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현지시간 오전 8시35분부터 11분간 대화를 나눴다. 한·일 정상 간 직접 소통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13개월여 만이다.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식에선 8초간 악수를 나누는 데 그쳤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며 한·일 양국 관계의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외에도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했으며,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답했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만남은 아세안 정상들과 환담을 나눈 문 대통령이 뒤늦게 도착한 아베 총리에게 “잠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해 성사됐다.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깜짝 만남이었다.



“한국선 우호적이었다는데” 묻자…일본 “한국에 물어봐라”



청와대도 “미리 협의된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회담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환담이라고 표현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통역도 영어 담당 직원이 배석해 대화에서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가 오고갔다. 양 정상은 전날 갈라 만찬에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웃으며 인사를 나눴지만 대화를 주고받진 않았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약식 회담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면서 경색 국면인 한·일 관계가 반전의 기회를 맞을지 주목된다. 당장 한·일 관계 개선의 가늠자는 오는 23일로 종료 시한을 앞두고 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먼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지소미아 유지로 가닥이 잡히면 다른 협력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전문가 “미국 압력에 정부 기류 바뀐 듯”

이와 관련,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4일 국회 국방위에서 지소미아와 관련, “우리 안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이런 것들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군사적 효용 가치가 높지 않다던 것과 거리가 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지소미아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이날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만나 대화로 해결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점을 예로 “(지소미아 복구)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고 이혜훈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이는 지소미아 유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나온 발언이기도 하다.

외교가에선 지소미아와 관련한 정부 기류의 변화 조짐이 포착된다는 이야기가 최근 들어 많이 나온다. 종료 결정 직후 청와대는 “한·미·일 3국간 정보공유약정(TISA)으로 지소미아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날 정경두 장관은 지소미아의 ‘안보적 효용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미국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최근에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이 강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하기 위해 안보상 이유를 미리 근거로 쌓아놓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소미아의 운명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로선 대법 판결의 이행, 피해자 만족이라는 지켜야 하는 대원칙이 있다. 아무리 대화를 통해 해결을 시도한다 해도 물러날 수 없는 선”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보다 유연한 태도로 임해야 한국에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대화 무드에 방점을 찍은 청와대와 달리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단호한 입장 전달’ 쪽에 무게를 뒀다. ‘환담’ 대신 ‘대화’란 표현을 썼다. 회동 시간을 ‘약 10분’으로 밝힌 일본 외무성은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한·일) 2국 간 문제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확실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가 징용 문제와 관련해 1965년 청구권 협정에 의해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NHK)는 보도도 전해졌다. 고민정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발표한 ‘원칙적 입장’이 무엇인지는 발언을 정리한 분이 잘 알 것”이라며 “(강제징용 문제는) 한·일 기업의 1+1안 외에 공식적으로 더 제안을 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브리핑에 나선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 일본 관방 부장관은 대화가 이뤄진 경위에 대해서도 “대기실에서 아베 총리가 다른 국가 정상들과 순차 악수를 하는 중 문 대통령과도 악수했고, 자연스럽게 빈 소파에 앉게 된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착석 제안’을 부인하는 취지로 언급했다. “한국은 분위기가 아주 우호적이었다고 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엔 “한국 측 설명은 한국 측에 물어보길 바란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미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압박은 거세지는데 일본은 수출규제 조치를 풀 생각이 없어 답답해하는 한국의 입장이 드러났다” “초조한 문 대통령” 등 내용의 보도를 이어갔다.

청와대 “문희상 징용해법 개인 아이디어”

문희상 국회의장은 4일 도쿄 특파원들을 만나 일본 기업과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1+1’안에 ‘한·일 국민 성금’이 더해지는 방안을 설명했다. 문 의장은 전날 일본 언론에 “징용 소송과 관련, 피해자와 한국 내 여론이 납득할 만한 법안을 만들었다”고 밝힌 것을 설명하며 “일본·한국 국민 중 뜻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하는 것으로, 전범과 관련된 기업, 청구권 자금과 관련된 모두를 망라해 배상금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다만 성금·기부금의 형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문 의장 개인의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방콕=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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