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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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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화학이란 무엇인가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 전주홍 지음.

논문이란 무엇이기에 고교생이 의학논문의 제1저자가 된 일을 두고 온나라가 떠들썩한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필요한 기저의 지식, 즉 과학논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작성되며 그것이 관계되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과학논문의 역사와 그것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과정 등을 다룬다.

연구에 직접적으로 가장 큰 기여를 하면 제1저자가 되고 순서상 가장 마지막 저자가 연구 전체를 책임지는 책임저자(responsible author)가 된다. 최근에는 책임저자가 직접 학술지의 편집인과 교신하므로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를 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1저자와 책임저자를 가리켜 주저자(lead author)라고 한다.

전통적으로는 제1저자가 가장 큰 책임을 졌고 두번째 저자부터는 기여도, 알파벳 또는 나이 순으로 이름을 올렸으나 신진 과학자에게 논문이 경력을 쌓고 출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연구에 대한 기여도와 저자의 순서는 오늘날 매우 민감한 문제가 되었다.

과학 논문의 위상을 평가하는 지표로 흔히 영향력지수(Impact Factor)를 이야기하지만 이 지수와 과학적 중요성이 반드시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근본적인 개념의 진보를 나타낸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실험방법에 관해서도 인용빈도가 높아질 수 있고 영향력지수에 매몰되다 보면 우연한 발견이나 뜻밖의 발견 등 과학이 지닌 무형의 가치를 소실할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영향력지수는 '개별 논문'이 아니라 '학술지'를 평가하는 지표여서 권위 있는 학술지에 게재된 별볼일 없는 논문을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책은 이 같은 상식적 사실과 함께 과학 연구의 최종 산물인 논문이라는 창으로 과학 연구의 현장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서 과학 논문이 무엇인지를 이해함으로써 과학자가 되려면 어떤 소양이 필요한지를 성찰하는 내용도 담았다.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인 저자는 "오늘날 과학자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리고 실험실 현장의 모습이 어떤지에 대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지성사. 256쪽. 2만원.

연합뉴스


▲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 송민령 지음.

잘못 알려진 속설이나 왜곡되어 전달되는 연구를 중심으로 뇌과학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책이다.

뇌과학이 어떤 학문이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우리가 뇌과학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진솔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뇌과학은 신경계 원리를 탐구하는 학문 분야로, '남자의 뇌, 여자의 뇌'라거나 '천재의 뇌', '효과적인 공부방법'처럼 사회적인 맥락에서 생겨나는 질문에 직접 답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런 질문들에 관한 심리학, 인지과학, 행동경제학 등의 학문 성과를 뇌과학으로 포장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학부에서 수학과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바이오 및 뇌과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저자는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남자의 뇌, 여자의 뇌를 따로 구분하는 것은 뇌과학 차원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가장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뇌 전체의 부피이지만, 그나마도 집단 내부의 편차가 커서 어떤 성인 남성과 무작위의 여성 간 뇌크기를 비교했을 때 여성 쪽의 뇌가 더 클 가능성도 16%나 된다.

'일반인은 뇌의 10%만을 사용한다'는 속설도 잘못이다. 뇌의 활동 과정에 대한 영상 촬영 결과 등에 따르면 뇌의 각 부위는 구석구석 연결돼 있고 같은 부위 안의 신경세포들도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어 뇌를 10%만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많은 사람이 고민하는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서 과학이라는 권위의 탈을 쓴 것이 가짜과학"이라고 진단하고 "가짜과학에 선동되는 이들을 '멍청이'라고 탓해서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으며 대중과 적절하게 소통해 과학이 어떤 활동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276쪽. 1만6천원.

연합뉴스


▲ 화학이란 무엇인가 = 피터 앳킨스 지음, 전병옥 옮김.

저자는 1978년 초판이 출간된 이래 40년 넘게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활용되는 물리화학 교과서 가운데 하나인 '앳킨스의 물리화학'의 저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영국왕립화학회, 왕립연구소의 이사, 국제 순수응용화학연합 교육위원장 등을 역임한 저자는 화학의 세계를 기원에서부터 미래까지 반나절이면 읽어낼 수 있는 짧은 책으로 정리해 화학이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흥미로운 학문임을 설명하려 한다.

예를 들어 전자구름이라는 건물의 1층에는 원자핵에서 가장 가까운 2개의 전자만 있을 수 있고 2층에는 8개, 3층에는 18개가 있을 수 있다. 나트륨(Na) 구조를 살펴보면 전자가 1층에 2개, 2층에 8개, 3층에 1개가 있는데, 각 층에 전자를 꽉 채운 상태가 에너지 측면에서 이점이 있으므로 기회만 된다면 전자를 하나 떼어내 양성자가 하나 많은 양이온(Na+)이 되려고 한다.

반면에 염소는 1층에 2개, 2층에 8개를 꽉 채우고 3층에 전자 7개 있어 상황이 허락하면 여유가 있는 3층을 채우기 위해 전자 하나를 주변에서 뺏어와 음이온(Cl-)이 되려는 경향이 있다.

Na+와 Cl-가 만나면 전기적으로 강하게 끌려 서로 꽉 붙들게 되며 이러한 화학결합으로 생겨난 것이 염화나트륨(NaCl), 즉 소금이다.

이러한 생동감 넘치는 비유를 읽어가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자신도 화학자와 유사한 사고방식을 갖게 된다.

사이언스북스. 192쪽. 1만3천500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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