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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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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EAS 불참은 아세안에 대한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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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 15년 역사상 최하급 관료 참석시킨 미국

동남아 “미국의 동남아 경시, 도 넘어” 지적

미국 정상 연이은 부재, EAS 판 흔들 가능성
한국일보

본격적인 아세안 정상회의가 시작된 3일 오전 각국에서 온 대표단들이 방콕 IMPACT컨벤션센터 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방콕=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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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정상회의를 계기로 동남아 지역에서 미국의 존재감 내지는 영향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 대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정상’ 회의에 파견한 데 따른 것으로, 미국의 ‘아세안 경시’ 지적과 함께 일각에서는 분노까지 보이고 있다.

3일 태국 출라롱꼰대 국제안보연구원(ISIS)의 카위 총키타완 선임연구원은 본보와 만나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며 ”이는 의장국 태국은 물론 아세안 전체에 대한 모욕(insult)”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같은 미국의 행보가 장기적으로는 미국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역내 영향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아세안정상회의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보낸다고 발표했다. 특사 자격이 부여되긴 했지만, 2005년 EAS 창설 이후 이 ‘정상’회의에 장관급 인사가 참석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서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외교정책과 국제법 분야서 평가받는 인물이지만 동남아에는 새로운 얼굴이고, 정상회의에서 생산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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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3일 태국 경찰들이 방콕 IMPACT컨벤션센터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사전 등록되지 않은 인원과 차량을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방콕=정민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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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EAS에 가입한 미국은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이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이후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2017년 필리핀 EAS 당시 오찬만 하고 귀국했고, 작년 싱가포르 회의 때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대리참석 시켰다. 반면 중국에서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참석하고 있으며 3일 오후에도 아세안-중국 정상회의를 이끌었다.

아세안 외교가 관계자는 “거리가 멀긴 멀다. 정상회의 자리서 앉아 꾸벅꾸벅 졸더라도 아세안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지만 미국이 이런 식이니 아세안은 실망하고 있고,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축이 약화된 채 EAS가 이어질 경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의 중복문제가 제기돼 EAS 유용성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있다. EAS는 2001년 한국이 처음 제안해 만들어졌다. 아세안에서는 중국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EAS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며, 최근 몇 년간 미국의 부재에 따라 아세안은 유럽연합(EU)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아세안 경시는 아세안이 주요 가치로 여기는 ‘아세안 중심성(Centrality)’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의 탕쉬먼 아세안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향후 다른 국가들도 대표단의 수준의 낮출 수 있는 빌미를 미국이 제공하고 있다”며 “아세안 중심의 다양한 정상회의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콕=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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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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