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밀크맨= 2018년 맨부커상 수상작. 저자 애나 번스는 1962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 태어났으며 '밀크맨'은 신·구교도간 충돌과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문제를 두고 테러가 빈번했던 1970년대 북아일랜드 분쟁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일인칭 화자인 '나'는 십남매 중 '가운데아이'로 걸어가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열여덟살 여자다. 여느 날처럼 책을 읽으며 길을 가는데 한 남자가 흰 승합차를 세우고 나의 가족을 아는 척하며 말을 건넨다. 사람들이 '밀크맨(우유배달부)'이라 부르는 그 남자는 마흔한살 유부남이자 무장독립투쟁 조직의 주요 인사로서 지역사회에서 명망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얼마 후 저수지 공원에서 조깅을 하고 있는데 밀크맨이 나타나 옆에서 나란히 뛰며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출근할 때 몇 시에 버스를 타는지 등을 알고 있다며 말을 건다. 밀크맨은 저녁에 프랑스어반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에도 나타나 자신의 차를 타라고 말한다. 나는 밀크맨이 어떤 말을 걸어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싫었고 나는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동네에서는 나와 밀크맨이 불륜관계라는 소문이 떠돌고 엄마와 언니는 오히려 나에게 행실 똑바로 하라며 다그친다. 눈에 보이는 폭력과 테러가 빈번했던 시절이지만 밀크맨이 나에게 가하는 폭력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말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밀크맨이 계속 나에게 말을 걸지만 음란한 말을 하거나 어떤 접촉을 시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점점 고립되고 무기력에 빠진다.
맨부커상 선정위원회는 "긴밀한 관계로 묶여 있는 공동체에서 가십과 사회적 압력이 미치는 영향을 훌륭하게 그려낸다"고 평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책을 읽다보면 다른 많은 시대, 중세의 마녀사냥부터 스탈린의 러시아,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최근의 미투운동까지 떠오른다"고 평했다.(애나 번스 지음/홍한별 옮김/창비)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 올해 3월 출간된 김은상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가 일러스트 에디션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김은상 작가는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 델마를 추모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는 주인공 '나'를 둘러싼 네 여인과 고양이 네 마리가 얽힌 사랑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소설이다. 김은상 작가는 불규칙적인 서사구조를 완충해주는 동화 같은 그림이 함께 하기를 원했고 그림책으로 다시 출간됐다. 홍익대에서 일러스트레이션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배민경 작가가 함께 했다. 김은상 작가는 2009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는 그의 두 번째 소설이다.(김은상 지음/배민경 그림/멘토프레스)
◆테세우스의 배= 진환은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수술대 위에서 깨어난다. 진환은 자신의 몸이 기계로 교체됐다는 사실에 충격받는다. 진환의 유일한 기억은 자신이 거대 그룹 '트라이플래닛'의 회장이라는 사실 뿐이다. 하지만 온 몸이 기계로 바뀐 탓에 지문도 유전자도 남아있지 않다. 생체인증 보안시스템에 막혀 자신의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블록체인 주식이 담긴 태블릿에도 접속할 수 없다. 트라이플래닛의 회장 자리를 되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짜임을 증명해야 한다. 인간성에 대한 존재론적 고민을 담은 SF 액션 스릴러다.(이경희 지음/그래비티 북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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