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국회 국방위원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되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5일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을 전하면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미국의 참관 하에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폐기가 이뤄지면 북한은 이제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그런 도발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하 의원은 이 발언을 인용해 “대통령께서 (북한이)ICBM 도발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렇게 폭스뉴스에 답변했다”고 하자, 정 실장은 “(대통령께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폐기되면 ICBM은 발사하지 못하게 된다는 취지로 말씀을 하셨다”고 재확인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미사일 2차 시험발사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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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하 의원은 “ICBM은 동창리를 이용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정 실장은 “지금 저희가 볼 때는 ICBM은 이동식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답변했습니다. 다시 하 의원은 “제가 군 쪽에 물어보니까 이동 발사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군이 답변은 잘못한 것인가”라고 질의하자, 정 실장은 “군에서 누가 그렇게 답을 했느냐”며 “합참 답변 내용을 파악해보겠지만, ICBM은 TLE로 발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 폐기되면 ICBM 발사 능력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고까지 했습니다. 이어 예비역 육군중장으로 합참 차장을 역임한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도 “현재 북한의 능력으로 봐서 ICBM은 TEL로 발사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北, 동창리 아닌 다른 지역서 ICBM급 발사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입니다. 당초 북한은 이곳을 인공위성 발사체 시험장 명목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위성발사장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북한은 발사장 완공 3년만인 2012년 4월 이곳에서 광명성 3호 ‘위성’이 실린 은하 3호 로켓을 발사한바 있습니다. 또 2016년 2월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를 쏘아올릴 때도 이를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칭하지 않고 인공위성 발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은 ICBM급 발사체로 평가한바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인공위성을 위한 발사체와 장거리 미사일 로켓은 동일합니다. 로켓에 탄두를 장착하면 탄도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탑재하면 우주발사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들어 북한은 이곳 동창리에서 더이상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나 정 실장, 김 차장 등이 언급한 동창리 시험장 폐쇄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동창리 발사장 옆 엔진 지상 분출 시험장에서 ICBM급 미사일에 탑재되는 ‘백두산 엔진’ 시험만 진행됐습니다. 실제로 국방부의 ‘2018 국방백서’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라며 ICBM급으로 평가한 ‘화성-14형’의 경우 1차 시험발사 장소는 평안북도 구성, 2차 시험발사는 자강도 무평리였습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왼쪽)과 ‘화성-14형’(오른쪽) 이동식 발사차량(TEL) 모습이다. 북한 매체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화성-15형은 바퀴 축이 9개인 차량에 실린 반면 화성-14형은 TEL이 8축 차량이었다. 외관도 화성-15형의 끝 부분이 더 뭉뚝하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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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이동식 발사대서 발사 어렵다?
특히 ICBM을 TEL로 발사하기 힘들다는 청와대의 인식은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TEL의 장점은 정보망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다면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간 북한은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 발사시 TEL 사진을 여러장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사격 시에는 화염과 후폭풍 때문에 TEL에서 발사됐는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화성-14형 발사 시에는 TEL로 가져왔다가 고정식 발사대로 옮겨 사격한 장면이 있습니다.
고정형 발사대는 연구·개발 단계의 임시 발사방식으로 이동식 발사대의 손상 방지를 위해 운용하는 것입니다. 이같은 단편적 모습만 보고 아직 북한이 ICBM을 TEL에서 발사할 능력이 없다고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은 그간 이동식 ICBM 개발에 집중해 왔기 때문입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화성-14 발사 준비 모습이다. 이동식 발사 차량에서 탄도미사일을 내려 지상 거치형 고정식 발사대에 세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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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을 9축 이동식 발사대에서 시험발사했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화성-15형 시험발사 현지지도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현장에서 9축 이동식 발사대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게다가 화성-15형은 화성-14형 대비 미사일이 2m 가량 길어졌고, TEL 길이 역시 바퀴 하나 만큼이 늘었습니다. ICBM의 기동성을 그만큼 신경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은 유사시 북한의 TEL을 선제타격하기 위해 정찰위성을 개발하고 지대지 및 공대지 미사일 등 전력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만 이를 모르고 있는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척 하는건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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