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하 교수 '일제 조선토지조사사업 수탈성의 진실' 출간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여름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이 연구자들과 함께 쓴 '반일 종족주의'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새삼 식민지근대화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국이 근대화 초석을 놓은 시기가 사실상 일제강점기였다고 본다. 그 근거로 흔히 언급되는 경제 조치가 일제가 1910∼1918년에 단행한 '조선토지조사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근대적 토지 소유권 제도가 만들어지고, 재정이 확충했다는 것이다.
신간 '일제 조선토지조사사업 수탈성의 진실'은 원로 사회학자인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가 토지조사사업이 근본적으로 수탈을 위한 정책이었음을 규명하고, 식민지근대화론을 반박한 책이다.
신 교수는 결론에 해당하는 11장에서 일부 뉴라이트 경제사학도들이 자신을 향해 "사료도 읽지 않고 증거도 없이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으로 한국인 토지를 수탈했다고 거짓을 썼고, 엉터리 연구를 했다"고 모함했다면서 저술 목적이 식민지근대화론 비판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가르친 이영훈 교장이 대표 저자로 나선 '반일 종족주의'가 자신의 주장을 왜곡해, 책을 펴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 출간한 저서와 논문을 축약한 이번 책에서 토지조사사업으로 인해 한국 역사상 최초로 토지 사유제가 확립됐다는 견해에 대해 "일제 토지조사사업의 실무 책임자였던 와다 이치로가 쓴 보고서의 설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형성된 것으로 보이며, 역사적 사실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신 교수는 "일제는 조선왕조 말기까지 확립한 토지 사유제와 토지 사유권을 이은 것에 불과했다"며 "식민지 정책상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사업 실시의 본질적인 목적이고 과제였다"고 설명한다.
이어 "토지조사사업은 한국 국민의 공유지를 부인하고 이를 모두 조선총독부 소유지로 약탈했는데, 약탈성을 감추려고 '국유지 조사'라고 호칭했다"며 "토지조사사업 이후 한국 농민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극도로 불안정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제가 토지조사사업으로 전국 농경지의 약 5.8%, 임야의 59.1%를 빼앗았다고 지적하고 토지조사 분쟁 사례와 저항 행태를 봐도 이 사업의 목적은 약탈이었음이 입증된다고 논한다.
신 교수는 일본 제국주의자와 군국주의자는 세계 평화를 파괴한 전쟁범죄 집단이라며 "이들의 후예들이 펼치는 거짓 주장을 그대로 '주워 먹은' 사람들이 학문·통계·사료의 허위 탈을 쓰고 매국적으로 활동한다면 동포들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남. 204쪽. 1만2천원.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