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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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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잘못 알려진 미니스커트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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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한 성·질문하는 미술관·하트에 관한 20가지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잘못 알려진 미니스커트 경제학 = 김희선 지음.

경제 상황과 스커트 길이는 관계가 있는 것일까. '미니스커트의 유행은 호경기를 반영한다'는 속설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를 주장하는 설도 있다.

스커트 길이와 경기의 관계를 주장한 최초의 이론은 192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테일러가 내놓은 '헴라인(드레스나 스커트의 끝단) 지수'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여성들이 고급 실크 스타킹을 드러내 보이기 위해 짧은 스커트를 입게 되고 경기가 나빠지면 값비싼 스타킹을 사기가 어려워 긴 스커트가 유행하게 된다는 전제 아래 스커트 길이와 경기의 관계를 지수화했다.

값싸고 질긴 나일론 스타킹을 신는 여성이 대부분인 현대에는 기본 전제부터 사실과 거리가 멀어 적용하기 어려운 이론이다.

대학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패션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처럼 패션에 관련된 일반적인 믿음이 타당한지를 분석한다.

옷이 다 닳지도 않았는데 패션의 유행은 자꾸만 변하는 이유,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베블런 효과'와 패션의 관계, 이른바 '명품'이라고 불리는 브랜드의 역사 등 '패션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북마루지. 256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열등한 성 = 앤절라 사이니 지음, 김수민 옮김.

영국 옥스퍼드대 공학 석사 출신의 과학 칼럼니스트가 남성과 여성의 차이나 '여성스러움'에 관한 속설 가운데 다수에는 근거가 없음을 파헤친다.

'여성은 언어 능력이 뛰어나고 남성은 수리 능력이 뛰어나다', '여성은 감성적이고 공감하는 존재인 반면 남성은 이성적이고 분석하는 존재이다', '여성은 연약하고 남성은 강인하다'와 같은 고정관념들이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설명하는 연구들을 검토하고 성별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만나 그들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우리가 과학적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실제로는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이며 심지어 과학자들마저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를 들어 '남성은 성적으로 자유분방하며 바람을 피우고, 여성은 정숙하며 일부일처제를 지키려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남성에게 성적인 면죄부를 부여하고 억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지 모른다. 동물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수컷, 암컷을 가릴 것 없이 바람을 피우는 것은 생명체의 본능이며 실제로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여자는 수학과 과학을 잘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잘못임을 알려주기 위해 성공한 여성 과학자들을 예로 들고 이에 반하는 통계자료도 보여 주었지만 무슨 말을 해도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면서 "이런 생각을 과학적 정보와 역사적 사실을 통해 바로잡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현암사. 392쪽. 1만8천원.

연합뉴스


▲ 질문하는 미술관 = 이만열·고산 지음.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사회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그림을 보면서 사회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다고 믿는 저자들이 차별, 혐오, 불평등, 위선, 중독, 탐욕, 반지성, 환경오염 등 8가지 사회문제를 키워드로 역사적 명화들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미켈란젤로 카라바지오의 그림과 벤베누토 첼리니의 조각 등에 등장하는 메두사는 포세이돈 신과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저주를 받아 머리카락 하나하나가 뱀으로 변하고 쳐다보는 사람들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괴물이 됐다.

신에게 유혹을 당했건 성폭행을 당했건 피해자인 메두사가 오히려 가해자로 처벌받는 현실이 미술 작품에 반영돼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앤길. 252쪽. 1만3천300원.

연합뉴스


▲ 하트에 관한 20가지 이야기 = 메릴린 옐롬 지음, 노승영 옮김.

'심장', '가슴', '마음' 등 여러 의미로 번역될 수 있는 '하트(heart)'가 인류의 감정, 특히 사랑과 연결된 의미로 쓰이는 것은 서양에서 비롯됐지만, 지금은 세계 어디에서나 '하트 마크(♥)'는 사랑을 나타내는 직관적인 표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책은 고대 신화, 중세 문학, 종교개혁, 셰익스피어, 낭만주의 등을 소재로 이름난 이들의 다양한 활동 역사, 여러 문학작품과 그림, 유물을 바탕으로 한 20개의 이야기를 통해 '하트의 역사'를 기술한다.

언제부터 '하트 마크'를 사용했는지, 하트와 사랑은 어떻게 연결됐는지, 철학자와 과학자는 심장을 놓고 어떤 논쟁을 벌였는지, 밸런타인데이는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 등 하트를 둘러싼 이야기는 의외로 깊고 넓고 흥미롭다.

시대의창. 328쪽. 1만6천800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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