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최고상 고레에다 "주최 측 자진취소는 영화제의 죽음"
"부산영화제 '다이빙벨' 상영이 가치 높여…교훈 삼아야"
지난 5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자신의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 수상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가 일본 영화제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을 보류한 것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사례를 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30일 NHK와 영화 매체 '영화 나타리'에 따르면 고레에다 감독은 전날 밤 수도권 가와사키(川崎)시에서 열린 '가와사키 신유리(しんゆり)' 영화제의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자신의 연출작 '원더풀 라이프'의 상영장에서 관객들 앞에 나선 것으로, 고레에다 감독은 하루 전날인 28일 관객과의 대화 참석을 갑자기 결정했다.
그가 이 영화제에 모습을 내민 것은 이 영화제가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主戰場)의 상영을 보류한 것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영화제 측은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가들과 일본 극우 인사들의 목소리를 함께 담은 이 영화가 극우 인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며 안전상의 위험을 고려해 상영을 보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본 영화계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2편의 작품이 이 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던 '와카마쓰 프로덕션'은 자사 작품의 출품 취소를 선언하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여러분들이) 기분 좋게 (영화를)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 영화제에 대해 결례가 아닌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이번 (상영 보류) 사태는 영화제를 주최하는 사람이 해서는 안될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영화 '주전장' |
그러면서 "공동 주최자(가와사키시)의 우려를 고려해 주최 측이 (상영을) 취소하는 것은 '영화제의 죽음'을 의미한다"며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 것을 맹렬하게 반성하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 (관객과의 대화에)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레에다는 '어느 가족'(원제 만비키[좀도둑질]가족)으로 작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 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한명이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2014년 압력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상영한 사실을 들기도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제는 예산이 줄고 위기를 맞았지만, 아시아의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며 "영화제의 가치는 이런 식으로 높아지지만 지금은(가와사키 신유리 영화제는) 정반대의 판단을 했다. 왜 그런(부산영화제의) 일을 교훈삼지 않았는지 유감이다"고도 지적했다.
관객과의 대화에는 '원더풀 라이프'에서 주연한 일본의 유명 배우 이우라 아라타(井浦新)도 참석해 영화제 측을 비판했다. 그는 와카마쓰 프로덕션이 출품을 취소한 영화의 출연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와카마쓰 프로덕션의 보이콧 결정에 찬성하지만, 직접 (상영 보류에 대한) 관객들 앞에서 비판 의견을 밝히는 것도 항의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했다"며 "미래에 영화를 만들고 즐기는 자유가 빼앗기지 않으려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작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어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미소짓는 모습 [EPA=연합뉴스] |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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