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국정농단 최순실 오늘 첫 파기환송심… "박근혜·정유라 증인 신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뇌물·강요 등 혐의 대체로 부인 입장

최씨 재판부 허락에 준비해온 글 낭독

"비선실세 아니야… 모든 것이 가짜"

아시아경제

최순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씨가 30일 다시 법정에 섰다. 지난해 8월 항소심 선고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최씨는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뇌물 등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상고심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사건을 파기해 서울고법으로 내려보내면서 다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최씨는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 모금 혐의를 포함해 모두 18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 전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공모해 국내 대기업들에 재단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다. 삼성으로부터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금 명목으로 86억원 규모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그러나 최씨는 자신의 혐의들 가운데 단 1개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 때부터 쭉 그랬다. 최근엔 옥중편지를 통해 전합 판결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말 소유권을 인정한 건 정말 코미디 같은 결과다", "뇌물을 받은 것도 없는 박근혜 대통령님에게 뇌물을 씌우고,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대법원 선고는 지금 정치권에서 이뤄지는 현실"이라고 했다.


최씨 측은 이날 법정에서도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최씨 변호인은 "이 사건의 핵심은 특검이 피고인에게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뇌물죄를 씌운 것"이라며 "뇌물 하나 받은 적 없고 어떤 이익도 대통령에게 준 바가 없음이 이미 법정에서 확인됐는데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 선고는 법리를 떠나 일반적인 상식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 "뇌물과 관련 묵시적 청탁이 인정되면 정치적으로 애매한 사건에서 살아남을 사람은 대한민국에 없을 것"이라며 "중형이 선고된 사건에서 묵시적인 의사표시, 묵시적 공모 인정하다는 취지의 판결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했다.


최씨 변호인단은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과 정유라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유에 대해서는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모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라며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심리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공소사실 가운데 직권남용 뇌물죄는 공무원 신분일 때 가능한 것"이라며 "따라서 피고인이 공무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공모사실이 인정돼야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변호인단이 의견을 밝히는 동안 고개를 들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수의복 대신 검은색 코트를 입고 화장도 한 모습이었다. 최씨는 재판부가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자 자리에서 일어나 준비해온 글을 꺼내 읽기도 했다.


"오늘로 구속된 지 만 3년째입니다. 지난 3년 동안 검찰 조사와 주 4회 재판을 받으면서 견디기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구치소에서는 독거실에 CCTV 감시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습니다. 목욕탕에서 넘어져 4회 이상 수술도 받았습니다. 저는 결코 비선실세가 아닙니다. 언론 보도는 모두 허위입니다. 저는 유치원을 운영하며 평범한 삶을 살았고 대통령을 이용해 개인적 사익을 취한 적도 없습니다. 말의 소유권 역시 삼성에 있는데 뇌물을 받았다는 건 억울합니다. 테블릿 PC도 제 것이 아닙니다. 제가 특검 수사를 받을 때 한 검사는 '협조하지 않을 시 3족을 멸한다고 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됐습니다. 검찰의 무작위적 압수수색과 마구잡이식 수사는 사회주의를 넘어선 독재주의로 가는 단면입니다. 그동안 국민적 물의를 일으킨 점 국민께 죄송합니다."


공범으로 최씨와 함께 이날 법정에 선 안 전 청와대 수석은 재판 내내 고개를 떨군 채 미동도 않았다. 안 전 수석 변호인단은 "유무죄 다툼 없이 양형 여부만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양형에 관련된 증인으로는 3명 정도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은 50여분 만에 끝났다. 전합이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한 일부 강요 혐의는 유죄로 인정된 뇌물수수 등 다른 혐의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다. 따져야 할 쟁점도 많지 않았다. 다만 최씨 측에서 강요 혐의 뿐 아니라 혐의 대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요청을 하면서 재판 일정은 당초 예상보다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 선고 또한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12월 18일로 잡았다.


한편 같은 재판부가 맡은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 재판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탄핵 이후 2년여 동안 구치소에 수감됐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서울 성모병원에서 어깨 힘줄 봉합 수술을 마친 뒤 현재 재활 중이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