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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단군사는 신화(神話)가 아니라 사화(史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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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연구가 이찬구 박사 ‘홍산문화의 인류학적 조명-우하량 유적의 새토템과 조이족’ 출간

세계일보

백두산에 오른 단군연구가 이찬구 박사. 겨레 얼을 찾기 위해 민족의 뿌리 찾기 운동과 학문을 병행하고 있다.


단군연구가 이찬구 박사의 ‘홍산문화의 인류학적 조명’(개벽사)은 토템으로 단군신화(檀君神話 )가 아닌 단군사화(檀君史話)와 환웅의 존재를 분석한 책이다.

책에서 이 박사는 단군사화에서 말한 곰(熊)과 범(虎)은 부족의 토템에 대한 호칭이라고 밝혔다. 또 단군사화에서 언급하지 않은 환웅(桓雄)은 새 토템의 지도자이며, 그 상징 새는 수리부엉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토대로 단군사화가 써진 무대와 배경을 홍산문화의 우하량유적지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박사는 동양철학 전공자이면서도 역사에 관련한 논문을 발표하거나 강의를 꾸준히 해왔다. 책은 성격상 반(半)은 역사요, 반(半)은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철학 중에서도 단군사화와 우하량유적(牛河梁遺蹟)의 옥기 유물을 토템신앙으로 조명하였다는 면에서 돋보인다.

조양시 능원 우하량유적은 홍산문화(紅山文化)의 후기에 속하며, 환웅의 조이족(鳥夷族)과 웅녀(熊女)의 곰족이 결합하여 이룩한 신시(배달국)의 일부이다. 조이(鳥夷)란 말은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타나며, 이미 고힐강(顧詰剛)과 문숭일(文崇一) 등 석학들이 언급하였다. 중국 학자 이민(李民), 하광악(何光岳), 이배뢰(李倍雷) 이 자세히 밝힌바 있고, 북한학자 리지린(李址麟)도 이에 포함한다.

여신묘(女神廟)에서 나타난 우하량 유적의 토템문화는 한국의 단군사화에서 언급된 환웅, 웅녀, 단군의 이야기와 일치한다. 특별히 우하량유적은 여신의 신권(神權)을 중심으로 새(鳥)와 곰(熊)을 숭배한 것과 천원지방의 사상과 천제문화를 남겼다. 이는 한국의 고유문화와 맥락을 같이한다. 또 우하량유적 문화는 인류에게 평화와 종교적 수행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래서 우하량유적을 저자는 특별히 배일숭조(拜日崇鳥)의 ‘우하량신시고국(牛河梁神市古國)’이라 칭한다.

이 우하량신시고국의 후계국이 고조선이며, 이런 차원에서 우하량신시고국은 선고조선문화라 할 수 있다. 이 우하량에서의 역사는 대략 B.C. 3500년경에 시작하여 500년 정도 지속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하량은 단군사화가 쓰여진 배경문화이며, 단군사화가 내원한 고향과 같다. 이제 한국의 단군사화는 더 이상 상상속의 만들어진 신화가 아니라, 우하량유적을 통해 역사적 사실로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고조선 사람들은 선대의 우하량인과 주변인들이 남긴 인적,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새 나라를 세웠다고 보고 있다.

저자의 특별한 주장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저자가 환웅을 새 토템족의 지도자로 본 근거는 무엇인가?

=저자는 ‘산해경’(해외서경)에 웅상(雄常)을 혹은 낙상(雒常)이라고 한 구절에 주목하여 웅(雄)자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이는 웅(雄)을 곧 낙(雒)으로 본 것인데, 이때의 낙(雒)이 수리부엉이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수리부엉이가 환웅의 토템 새라는 것이다. 또 상(常)은 숭상(崇尙)한다는 뜻과 나무 이름을 의미하므로 웅상(雄常)은 솟대와 같이 새와 나무가 결합된 신수(神樹)로서 ‘삼국유사’(단군고기)에서 말한 신단수와 같은 의미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웅상이 누구냐는 문제에 대해 이암의 ‘단군세기’(도해단군)를 인용하여 웅상(雄常)이 곧 환웅(桓雄)의 상이라고 밝혔다.

수리부엉이가 환웅의 새라고 규정한 저자는 홍산문화에서 출토된 부엉이 옥기(玉鴞)를 주목한다. 부엉이 옥기는 요서(遼西) 일대에서 곳곳에서 출토되었다. 우하량유적을 비롯하여 나사대(那斯臺)유적, 호두구(胡頭溝)유적, 동산취(東山嘴)유적, 오한기(敖漢旗)유적 등에서 골고루 나왔다. 요서의 광범위한 범위에서 환웅 또는 신시를 상징하는 부엉이가 새 토템으로 숭배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환웅이 새 토템족인 조이족의 지도자임을 밝혀낸 저자는 이를 토대로 단군사화를 종합적이고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새로운 분석을 시도하였다.

=5,500년 전 우하량유적은 고조선 이전 문화이다. 환웅족은 새 토템의 조이족이다. 환웅의 조이족은 웅녀가 이끄는 곰족과의 연합을 통해 한층 발전된 문화를 이루었다. 이른바 ‘신시고국(神市古國)의 문화’라 할 수 있다. 신시 문화는 우하량유적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조이족과 곰족이 연합해 이룩한 우하량유적의 문화유산은 한국의 단군사화에서 언급한 환웅, 웅녀, 단군의 이야기와 일치한다. 이로써 단군사화는 우리 조상이 태초의 역사적 사건을 신화로 기록해 보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과 천제(天祭)문화를 남긴 우하량은 단군사화의 민족적 고향이며, 환웅과 웅녀가 만난 역사의 현장이다. 프레이저는 말했다. “의식은 사라지지만 신화는 남는다”고 했다.

세계일보

단군사화와 환웅의 존재를 분석한 이찬구 박사의 ‘홍산문화의 인류학적 조명’ 표지.


오늘 살아 있는 신화를 통해 사라진 의식을 되찾는 것은 역사를 복원하는 인간의 위대한 작업이다. 엘리아데는, 신화는 거룩한 역사, 즉 태초에 일어난 원초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우리는 우하량유적을 통해, 이른바 단군사화의 완전한 부활을 목도할 수 있다. 신화의 부활은 환국, 신시에 대한 역사의식의 재생과 복원을 의미한다. 이제 신화의 검은 악령은 물러가고 새 역사의 광명이 찾아온 것이다. 따라서 속칭 단군신화는 더 이상 만들어진 신화가 아니고 사화(史話)이다. 그 새로운 이름은 단군사화이며, 환단사(桓檀史)이다.

필자는 단군의 고조선 이전 환웅의 신시 역사를 밝히기 위해 곰과 범에 갇힌 ‘단군신화’의 영역을 새 토템으로까지 확장하고, 동이족이 아닌 조이족의 실체를 규명하였다. 조이족이 홍산문화의 우하량유적에서 어떻게 주도적 입장에 있었는지, 그들이 우리 역사에서 누구인지를 밝혀냈다. 우리의 역사는 환웅의 태백산 신시(神市)로부터 시작했다. 신시를 알기 위해 홍산문화에 집중하였다. 그 중에 우하량유적을 이해하기 위해 이중토템으로서의 ‘연합토템’과 공존토템으로서의 ‘토템연합’이라는 용어가 사용하였다. 토템신앙은 ‘자기 집단의 정체성을 밝히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동안 식민사학과 동북공정에 의해 빼앗긴 환웅과 단군의 역사를 바르게 되찾고, 나아가 환웅시대의 역사를 ‘신시문화’ 또는 ‘신시고국(神市古國)’이라는 이름으로 밝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공연은 우리 문화의 근원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홍산 암화에 새겨진 인면조가 고구려를 거쳐 평창동계올림픽에 재등장하고 우하량 유적의 3단 원형제단이 개막식 무대에서 재현된 것이 지닌 원형성·상징성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알게 되었다.

충남 논산에서 출생해 1983년부터 ‘천부경’을 공부하기 시작한 이찬구는 1985년부터 9년간 대산 김석진 선생 문하에서 ‘주역’과 사서를 공부했다. 1987년부터 ‘환단고기’와 ‘조선상고사’까지 독파해 2005년 대전대학교에서 ‘동학(東學)의 천도관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에 단군시대 글자인 신지전자 31자를 찾아 한배달 천부경 세미나에서 처음으로 공개하였으며, 2007년에는 ‘상균도’와 ‘청황부’라는 제3의 역학원리를 제시하고, 동역학(東易學)이라 칭했다. 2012년에 첨수도에서 한글 모양의 ‘돈’ 자를 찾아냈고, 당시 한 언론에서 “한글 3000년 전부터 사용됐다”라는 제하의 보도(2012.7.2)가 나가자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이 1주일 사이에 1,000만 명이 접속하며 한글의 시원에 대해 대논쟁을 벌였다. 2003년부터 ‘겨레얼’ 운동에 참여해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한단고기 선해’, ‘인명용 한자사전’, ‘공자 72제자’(역), ‘천부경과 동학’, ‘주역과 동학의 만남’, ‘채지가 9편’, ‘돈: 뾰족 돈칼과 옛 한글연구’, ‘고조선의 명도전과 놈’, ‘천부경’, ‘광개토대왕릉비 탁본-겨레얼본’(책임편집), ‘통일철학과 단민주주의’ 등이 있으며 ‘새로운 천부경연구’(공저), ‘축의 시대와 종교간 대화’(공저)와 ‘동양철학 기초강의’도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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