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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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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리포트] IT회사 부서장 그만두고 웹툰작가로, 이제 내 삶의 주인 돼…너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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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리앤 그레칙. 필명 멍지(Mongie).


올해 30대 후반인 리앤 그레칙(미국·필명 '멍지(Mongie)')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미국 내 한 회사의 정보기술(IT) 부서장이었다. 회사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동시에 프로그래밍을 총괄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주어진 미션은 챗바퀴와 같았다. 취미 삼아 일본 만화 '나루토'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이 작화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남들에게 본격적으로 보여줄 기회는 없었다. 그때 그녀가 발견한 것은 네이버가 한국 웹툰을 영어로 번역해서 보여준 플랫폼 '웹툰(WEBTOON).' 여기에서 한국 웹툰 작품인 '레사' '소녀더와일드' 같은 작품들을 접하면서 한국에서는 누구나 웹툰을 그려서 웹에 올리고 팬들에게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네이버가 미국에서 비슷한 개념으로 일반 창작자들의 웹툰을 게재하는 '캔버스'라는 플랫폼을 열자 바로 그녀는 자신의 작품을 올렸다. 필명은 '멍지'. 한국 리얼리티 쇼 '러닝맨'에 나오는 송지효 씨의 별명 '멍지'를 따서 지었다. 캔버스에 올린 작품을 본 네이버웹툰 측은 그녀에게 연락해 "원고료를 줄 테니 정식으로 작품을 연재해달라"고 제안했다. 데이비드 리 네이버웹툰 북미콘텐츠 총괄은 "매우 독특한 소재인 데다 스토리가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꾸준히 연재하는 모습을 보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그녀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담아 연재하고 있는 작품 '렛츠플레이'를 구독하고 있는 이는 모두 280만명, 지금까지 페이지뷰 숫자는 2억4300만회에 달한다.

무언가를 그리고 싶다는 창의성을 여러 조건 때문에 억눌러왔던 전 세계 웹툰 창작자들이 네이버가 만든 웹툰 플랫폼을 만나 제2 인생을 살고 있다. 네이버가 북미에서 만든 플랫폼 웹툰을 통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3명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로스엔젤레스 코믹콘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과거 삶에 비해 웹툰 작가로 일하고 있는 지금이 매우 행복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타인이 부여한 같은 일상의 반복이 아니라, "내 삶의 주인이 온전히 나 자신이 되어 속에 잠자고 있던 창의성을 해방시켜 마음껏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첼시 한. 필명 우루찬(Uruchan).


'우루찬(UruChan)'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는 작가 첼시 한 역시 웹툰 플랫폼을 만나기 전까지는 평범한 인생이었다. 비행기 제조회사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녀는 남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있는지 살피는 테스트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했다. 네이버가 2014년부터 한국 웹툰을 번역해서 웹툰이라는 플랫폼으로 공급하기 시작하자 그녀는 작품을 그려서 올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반응이 드라마틱했다. 수만 명이 댓글을 달았고, 그녀 작품에 대한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단숨에 그녀는 네이버웹툰이 Pow엔터와 함께 주최한 만화 콘테스트 '슈퍼히어로'에 응모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녀의 작품 세계를 알게 된 네이버웹툰 측에서 연락해 정식 계약을 맺고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첼시 한의 작품을 구독하는 사람은 320만명. 그리고 그녀의 작품 '언올디너리(Unordinary)'를 본 페이지뷰는 4억6500만회에 달한다.

뉴질랜드 출신으로 공전의 히트작 '로어 올림퍼스'라는 웹툰을 만든 작가 레이철 스마이스(33) 역시 사립 여학교를 홍보하기 위한 그래픽 디자인을 해오다 한국 웹툰이라는 장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텀블러(Tumblr)에서 한국 공포 웹툰 '기기괴괴'의 한 에피소드를 우연히 본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국 웹툰 작품에 빠져들었다. 지금 그녀의 작품 '로어 올림퍼스'는 정식 애니메이션 제작 계약까지 맺어 북미에서는 곧 TV로 그녀의 작품을 볼 수 있게 된다.

[로스엔젤레스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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