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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북한 신문 “제재에 동요하면 제 손으로 제 눈 찌르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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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ㆍ리비아 언급하며 “겁먹고 양보하면 망해… 미 등 제국주의자들 목적은 정권교체”
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사진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가운데)·조용원(오른쪽) 노동당 제1부부장과 함께 말을 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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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1일 미국 등 서방 세력이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나라에 제재를 들이대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투쟁으로 자주권과 존엄을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들이 주요 독자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제국주의자들의 제재는 만능의 무기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정세론 해설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력은 저들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라들에 제재를 들이대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제국주의자들의 제재에 겁을 먹고 양보하면 망한다”고 밝혔다.

신문은 그 사례로 이라크와 리비아를 언급하며, “제국주의자들의 위협과 공갈, 제재 압박이 두려워 동요하면서 물러서다가는 국권을 유린당하게 되며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것과 같은 자멸의 길을 걷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라크의 지도자 사담 후세인은 유엔의 무기 사찰을 수용했지만 미국의 침공 이후 결국 권력을 빼앗기고 사형됐다.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도 핵 무기를 폐기하고 몇 년 되지 않아 반정부 시위로 권좌에서 물러난 뒤 은신 도중 사살된 바 있다.

이어 신문은 “제국주의자들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저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나라들의 경제를 혼란시키고 민심을 불안케 해 정권 교체를 실현하고 저들에게 예속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은 그 누가 가져다 주거나 지켜주지 않는다. 오직 제국주의자들과의 투쟁을 통해서만 지켜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과 러시아 등 제재를 견디며 미국과 맞서는 나라들을 거론하며 “현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제재는 만능의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했다.

5일(현지시간) 스톡홀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국제사회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비난 수위가 한층 올라간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6일 삼지연 건설 현장에서 “미국을 위수(주모자)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 세력들이 강요해온 고통은 이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며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노동신문도 19일 사설에서 “믿을 것은 오직 자체의 힘과 인민의 드높은 정신력”이라며 자력갱생으로 제재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의 제재 언급 빈도와 강도가 최근 이렇게 높아진 건 주민들을 단속해 제재 및 내핍의 장기화에 따른 체제 동요를 차단하겠다는 게 핵심 의도이지만 버틸 수 있으니 협상 성과를 내고 싶으면 먼저 양보하라는 대미 압박 메시지 성격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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