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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인천의 눈물… 승리 때문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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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 1:0… 잔류 희망 커졌는데 유상철 감독 입원 정밀검사 앞둬

경기 끝난 뒤 선수들 흐느끼고 구단대표는 감독 손 꼭 잡아줘

팬들 "유상철은 할 수 있다" 응원

지난 19일 프로축구 K리그1(1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성남FC를 1대0으로 꺾은 뒤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교체 아웃된 김진야는 벤치에 앉아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었고, 경기장 안 선수 몇몇은 잔디 위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흐느꼈다. 구단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

유상철 인천 감독이 19일 성남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인천 선수들을 안아주는 장면. 오른쪽 작은 사진은 경기 종료 휘슬 후 눈물을 닦는 이천수 인천 전력강화실장이다. /프로축구연맹·JTBC 중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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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즌 극적으로 1부 잔류 드라마를 써온 인천인 만큼 팬들은 선수단이 이번에도 감격해서 우는 줄 알았다. 인천은 이날 성남을 이겨 시즌 종료까지 4경기를 남겨 두고 11위에서 10위로 올라섰다. 최종 10위는 K리그1에 잔류하지만, 11위는 K리그2(2부) 플레이오프 승자와 승강전을 치러야 한다. 12위는 2부로 자동 강등된다. 최종 운명은 알 수 없으나 인천은 일단 경남을 11위로 밀어내고 강등권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유상철(48) 인천 감독은 "선수들이 (성적 때문에) 한이 맺혔던 것 같다. 나도 울컥했다. 생일(18일) 선물을 크게 받았다"고 했다.

이상 분위기가 감지된 건 이천수(38) 전력강화실장까지 눈물을 보인 다음이었다. 이 실장은 북받치는 감정을 어렵게 추스르며 손으로 몇 차례 눈가를 훔쳤다. 선수들과 악수를 하면서도 눈시울은 계속 붉었다. 좀처럼 우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그이기에 이례적이었다.

몇몇 팬이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듯하다'며 걱정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실장과 절친한 사이인 유 감독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최근 미디어에 노출된 유 감독 얼굴이 유독 수척하고 힘이 없어 보인다는 게 이유였다. 이 실장과 유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썼다. 해설위원 일도 함께했고, 인천에서 행정가와 지도자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승리 기념 세리머니에서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가 유 감독 손을 꽉 잡아주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혀 팬들 불안이 커졌다. 선수들은 경기 후 "(눈물의 의미는) 나중에 알게 되실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밤 한 지방지 기자가 '유 감독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고 블로그에 쓰면서 '건강 이상설'이 일파만파 번졌다.

20일 우려가 사실로 밝혀졌다. 인천 구단은 '유상철 감독의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앞두고 있다'고 공지했다. 구단에 따르면 유 감독은 최근 황달기가 심해지고 소화가 잘 안 돼 병원을 찾았다가 "빨리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유 감독은 19일 성남 원정을 마친 뒤 이날 밤 인천 한 대형 병원에 입원했다. 전달수 대표는 구단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 여러분이 유 감독의 쾌유를 간절히 기도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유 감독은 조만간 정밀 조직 검사를 받을 예정이며, 정확한 결과는 수일 후 알 수 있다고 한다. 구단 관계자는 "이 실장이나 선수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안타까움에 많이 운 것 같다"고 말했다.

입원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천 서포터뿐 아니라 여러 축구팬이 소셜 미디어와 뉴스 댓글을 통해 "2002년 영웅 유상철은 할 수 있다" 같은 문구로 응원을 시작했다. 일부는 '유상철 힘내요'를 실시간 검색어로 밀자는 제안도 했다. 유 감독은 검사 후 일단 퇴원해 다음 경기(27일 수원전)를 직접 지휘할 예정이다.

20일 파이널A 경기에선 선두 경쟁 중인 1위 울산(승점 72)이 대구를 2대1로, 2위 전북(승점 71)이 포항을 3대0으로 꺾고 순위를 유지했다. 이날 서울이 강원에 2대3으로 패하면서 울산과 전북은 리그 1·2위에 주어지는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을 확보했다. K리그2에선 2위 부산이 안산에 0대2로 져 1위 광주가 남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다음 시즌 1부 승격을 확정했다. 2위 부산은 2부 플레이오프를 넘어야 승강전에 진출할 수 있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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