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 6개월, 국내 5G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었다.
촘촘한 전국망 구축, 킬러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등 아직 숙제는 많지만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벌써 6G를 향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벌써 6G를 전망하는 게 너무 이르지 않냐고 묻는다면 필자는 결코 이르지 않다고 답하고 싶다.
이통은 보통 10년 주기로 세대 교체를 거듭하고, 새로운 세대를 맞기 위한 준비는 꽤 오랜 기간에 거쳐 이뤄진다. 5G도 마찬가지다. 5G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이제 겨우 반 년 남짓이지만 그 성과 뒤에는 오랜 준비 기간이 있었다.
롱텀에벌루션(LTE) 상용화 이듬해인 2012년부터 5G를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5G 시범서비스는 2014년에 KT가 선언한 5G 비전을 기반으로 4년여 동안 이어 온 준비와 노력의 결과였다. 대한민국은 누구보다 앞서 5G를 이끌어 왔고, 그 결과 올해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이제 5G를 넘어 세계가 또다시 앞 다퉈 나아가고자 하는 6G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6G는 수백 기가급 전송 속도와 수만분의 1초 이하 지연 시간, 수백 ㎓ 이상의 초고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차세대 무선통신기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6G 기술의 특성은 단순히 5G보다 빠르고 지연 없는 통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진화된 세상의 모습을 만들 것이다.
기존 이통신 차별되는 6G 목표 가운데 하나는 지상뿐만 아니라 비행기 안에서도 통신이 가능한 고도 10㎞ 이하 초공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차원 평면 단위 커버리지를 제공하던 기존 이통과 달리 3차원 형태의 입체 커버리지가 필요하며, 여기에 최적화된 새로운 형태의 무선 송수신 장비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측하건대 건물 옥상 등에 설치된 별도의 안테나 장비를 통해 제공하던 기존 무선 주파수 송수신 수단은 건물, 도로 등을 포함하는 구조물 활용 형태로 진화할 것이다. 예를 들면 건물 외벽이나 도로의 아스팔트 등에 메타 물질을 발라 전자기 활성 표면을 만들고, 건물과 도로 그 자체를 무선 안테나로 사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해외에서는 외부 구조물에서 전자기를 활성화시켜서 통신에 활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통 발전에 따라 예측되는 또 다른 변화의 하나는 사용자 단말기의 진화다. 3G에서 LTE를 거쳐 5G에 이르기까지 이통 진화 과정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스마트폰 기능을 대체하는 스마트워치, 스마트글라스 같은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 보급이 보편화되고 있다. 6G 시대에는 좀 더 진화된 형태의 사용자 단말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의 몸에 센서와 통신 칩을 탑재해 의사를 소통할 수 있는 보디 임플란트 단말이 그 가운데 하나로, 사람이 스마트폰 대신 자신의 신체를 통해 의사를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뇌·컴퓨터환경(BCI) 기술과 접목하면 사람의 감각과 생각을 6G를 통해 로봇, 드론과 같은 기계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초현실 세상도 더 이상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닐 듯하다.
통신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효과는 이제 더 이상 단순히 기술 진화에 따른 산업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4G가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을 디지털 세상으로 이끈 기술이었고 5G가 로봇·자율주행차 같은 '기계'를 제어하기 위한 기술이라면 6G는 로봇과도 같은 기계와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한 '미래 인간'을 위한 기술이 될 것이다. 그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이 놀라움의 연속일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5G에서 그리한 것처럼 6G에서도 변화를 이끄는 선두에 서 있을 것이다. 이제 세계 최초 5G를 넘어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한발 앞선 준비와 탄탄한 기초연구로 6G라는 새로운 세상의 밑그림을 그려 나갈 때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 osm@kt.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