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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쿠르드 상처뿐인 ‘5일짜리 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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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터키, ‘쿠르드민병대 안전지대 철수’ 조건부 공격 중단 합의

터키 제재 푼 트럼프 “수백만 살려” 자찬…쿠르드 반발로 전운 여전

터키가 시리아 쿠르드족 공격을 조건부로 닷새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터키를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등과 면담한 뒤 이날 오후 10시부터 5일간 접경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지역 공격을 중단하는 데 합의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하지만 터키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들이어서 벌써 쿠르드민병대(YPG)가 반발하는 등 향후 무력충돌의 불씨를 완전히 끄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터키가 제안한 안전지대에서 YPG가 모두 철수하면 터키군의 군사작전 ‘평화의 봄’은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YPG가 주축인 반군조직 시리아민주군(SDF)과도 접촉했다면서 “우리는 이미 그들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터키가 전격적으로 ‘휴전’에 응한 이유는 미국이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단 추가로 경제 제재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고, 완전한 휴전이 성사될 경우 최근 터키에 부과하려 했던 철강 관세 50%, 고위 관료의 미국 내 자산 동결 등 제재조치를 모두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기도 전에 트위터에 “수백만명의 목숨을 살렸다. 3일 전만 해도 이런 합의는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이번 협정만으로 터키의 군사행동을 계속 막을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협정에 따르면 터키군은 안전지대에서 YPG를 몰아낸 이후에도 철수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다. 쿠르드족 자치지역 일대를 터키군이 지속적으로 점거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안전지대 설정 범위를 놓고도 터키와 YPG의 합의가 이뤄지기 쉽지 않아 언제든 무력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 터키는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서 북동부 끝 이라크와의 접경지대까지 안전지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YPG는 이보다 훨씬 좁은 북부 탈아브야드에서 라스알아인까지만 안전지대로 인정할 수 있으며, 이번 휴전 적용 구간도 이 구간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일간 휴전도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터키 정부는 YPG에 안전지대 철수뿐 아니라 방어기지 완전 제거까지 요구하며 압박하고 있다. 반면 YPG는 휴전에는 합의해도 터키군 점령은 안된다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 모니터링 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휴전 합의가 발표된 이후에도 라스알아인에서 양측의 무력충돌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미국의 대테러전 파트너였던 쿠르드족을 “트럼프가 두 번 버렸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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