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토론회 개최…전문가 절반, 서울시 계획 반대했던 이들로 초청
朴 "소통 여전히 부족…생각의 교정 있었고 영감도 받아"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1차 토론회 |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 논의를 위한 완전히 새로운 토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박 시장은 18일 광화문 교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서울시가 개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1차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회 말미에 "완전히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우리가 소통한다고 했는데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이 광화문 사업이 결코 쉽게 끝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다른 생각, 일치하는 생각을 모아가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3시간 넘게 자리를 지킨 박 시장은 "제가 엄청 바쁜데 이 긴 시간이 헛되지 않다"며 "전문가와 시민 얘기를 들으며 제 생각의 교정도 있었고 감동과 영감도 얻었다. 또 다른 많은 분의 얘기를 계속 듣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서울시의 경과보고, 전문가 10인의 발제, 청중들의 의견 제시 순서로 진행됐다.
서울시는 경과를 보고하면서 전면 보행화는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되 이를 지하도로 조성으로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제했다.
전문가 절반은 서울시 계획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이들로 채워졌다. 전문가들은 큰 틀에서 광화문광장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부터 역사, 교통, 소통 등 다양한 영역의 의견을 제시했다.
추진경위 듣는 참석자들 |
서울시민재정네트워크 김상철 기획위원은 "광화문광장이라는 좁은 광장이 아니라 가급적 종로 세운상가까지 전체를 조망하면서 보행 중심의 중심가를 만들 구상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도시연대정책연구센터 김은희 센터장은 "전면 재구조화해야만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는가. 왜 바꿔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가"라며 "논의의 출발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사업 추진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경실련도시개혁센터 남은경 국장은 "차량이 점령한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대전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안은 여전히 보행을 단절한다"고 지적했다.
남 국장은 또 "어떻게 재편되든 간에 거기서 발생할 여러 부동산 투기나 젠트리피케이션은 필연적이라고 본다"며 "불가피하다면 (재편)해야겠지만 적어도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누가 피해를 볼지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역사 복원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했다.
김상철 위원은 "역사복원은 지지하지만, 지금은 21세기"라며 "단순히 일제에 의해 훼손됐고 조선 시대 때 왕과 백성이 만났다는 상징성이 현시점에 어떤 의미인지 현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석 청주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도 "역사복원도 중요하나 이 광장을 살아가는 현재와 미래 세대가 어떻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이것에 뜻을 모아야 한다"고 동의했다.
광화문시민위원회 역사관광분과에 속한 안창모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는 "역사를 다루는 것이 과거로의 회귀는 아니어야 한다"며 "가령 월대 복원 때문이 아니라 교통 때문에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다 보면 자연스레 역사성을 회복할 기회가 생기고 그 중 월대가 근사한 아이템으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통 문제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의 핵심이라는 지적도 제시됐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연구본부장은 "가장 큰 가치를 보행성에 두는 것은 옳다고 보고 그 맥락에서 교통이 문제"라며 "적어도 사대문 내에 한해서 보행친화도시로서 어떻게 교통량을 축소해 나갈지 명시하고 그와 연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 전문가로 참석한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얘기를 하다 보면 '기승전 교통'"이라며 "광화문 차로를 줄이려면 패러다임을 '광화문 대중교통시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 노선과 신분당선 역을 광화문에 만들고 기존 5호선 광화문역, 3호선 경복궁역, 1·2호선 시청역, 1호선 종각역을 지하로 연결하는 구상을 밝혔다.
추진경위 듣는 참석자들 |
서울시가 기존 계획을 수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던 '소통 부족'에 대한 지적은 여전히 이어졌다.
김은희 센터장은 "올해 안에 논의를 끝낼 수 있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재구조화 과정에서 나타날 몇 가지 쟁점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그런 쟁점의 해결이 꼭 재구조화로만 가능한지를 봐야 한다"고 더 긴 호흡의 소통을 요구했다.
행정개혁시민연합 박수정 사무총장은 "기술적·전문적 검토, 용역수행 등에 참여한 분들의 면면도 밝혀주면 좋겠다"며 "투명성 확보 이전에 그런 작업을 한 분들의 사고의 틀과 철학을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청했다.
정기황 문화도시연구소장은 "광장을 어느 쪽으로 만드느냐, 동상을 옮기느냐 마느냐는 불필요한 논의인데 그런 방식으로 이 논의를 이끌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며 "열린 상태의 논의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강병근 건국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오늘 토론은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이어질 토론에 어떤 것이 주요 쟁점이 돼서 그를 중심으로 토론을 해나갈지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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