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함' 앞세운 마케팅 일조했지만
시승기 한편에 100만~3,000만원
슈퍼카 공짜 장기 대여 요구하기도
제작물 홍보효과는 검증안돼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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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신차를 출시한 A브랜드는 곤욕을 치렀다. 한 인플루언서가 첫 번째로 신차를 구매한 고객 타이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인플루언서는 기념식을 촬영해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업로드하는 것을 명분으로 수백만 원의 협찬 비용을 요구하기도 했다.
# 슈퍼카 브랜드 매니저 B씨는 최근 자동차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게 여러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구독자 10만명을 거느린 자동차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S씨는 동영상을 찍기 위해 시승 차량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B씨는 홍보 효과를 기대하며 흔쾌히 응했다. 그러자 S씨는 장기간 시승하면 홍보 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며 아예 공짜 장기 대여를 제안했다. B씨는 황당한 요구에 시승 차량 대여도 거절했다. 결국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동일 차량을 렌터카로 빌려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영상을 올렸고 슈퍼카 브랜드와 법적 공방을 진행 중이다.
최근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늘어나며 자동차 업체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마케팅을 빌미로 과도한 비용은 물론 턱없는 요구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는 SNS에서 최소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인’을 뜻한다. 인플루언서의 반응 하나하나에 열광하는 2030세대를 겨냥한 준중형 세단이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에서 신차를 내놓는 수입차 업체들은 인플루언서들의 횡포에도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체가 인플루언서에 주목하는 것은 ‘친근함’ 때문이다. 고객들이 유명 연예인보다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인플루언서에게 심리적으로 가깝게 느끼며 동조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프는 지난 4월 처음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뉴미디어를 초청했고 볼보 역시 V60 신차 출시 행사에 인플루언서 40여명을 초대하기도 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해 말 팰리세이드 공개를 앞두고 미국 LA 웨스트할리우드에서 미국과 한국의 패션·음악계 유명인사와 글로벌 인플루언서 200여명을 초청해 글로벌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대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은 인플루언서를 위한 행사를 따로 마련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인플루언서들의 검증이 어렵다 보니 이들이 생산하는 제작물의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소수의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 회사들이 인플루언서들을 관리하지만 유튜브 구독자 숫자에만 매달려 마케팅 효과보다는 자극적인 영상 등을 제작하는 데 급급하다. 또 인플루언서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빌미로 자동차 업체들에 상당한 수준의 마케팅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마케팅 비용은 당연히 차 가격에 포함된다. 통상 1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자동차 인플루언서의 시승기 영상은 편당 최소 100만원부터 3,000만원까지 마케팅 비용을 받는다. 시승 행사의 경우에도 일종의 거마비 명목의 참가에 따른 사례는 물론 각종 선물 등을 제공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업체들은 물론 일부 기업들은 인플루언서를 자체적으로 육성하기도 한다.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양성해 마케팅 활용도를 높임과 동시에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 종사자를 양성하는 사회공헌 활동까지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의도다. 기아차(000270)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기존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빅(VIK)튜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아차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크리에이터 육성을 위해 2,00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동시에 교육도 제공한다. ‘빅튜버’들은 매달 한 건씩 기아차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며 마케팅 활동에 참여하는 등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 수입차 홍보 관계자는 “인플루언서들은 뉴미디어와 콘텐츠 시대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같이 조회 수에 집착해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다”며 “이렇다 보니 아우디·마세라티 등처럼 아예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하지 않겠다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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