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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3년4개월 끌어온 브렉시트…英의회 네번째 `퇴짜` 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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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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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유럽연합(EU)의 앞날을 결정지을 운명의 날이 밝았다. 3년 반가량을 끈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최대 난관인 영국 의회 투표가 19일(현지시간) 열린다. 17일 EU 정상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두지 않고 타결된 브렉시트 합의안을 두고 영국 의회가 승인 투표를 진행한다. 이미 영국을 제외한 EU 정상들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합의한 새로운 브렉시트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공은 이제 영국 의회에 돌아갔다. 이번 의회 표결에서 존슨 총리의 새 합의안이 통과되면 영국은 오는 31일 예정대로 EU와 헤어지게 된다. 2016년 6월 영국 국민투표로 브렉시트 정국이 시작된 지 3년4개월 만이다. 하지만 영국 의회에서 합의안이 통과될지 미지수다. 집권 보수당이 의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합의 이후 숫자게임에 들어갔다"고 묘사했다.

존슨 총리는 새 합의안 도출 직후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동료들이 새 합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리라고 매우 확신한다"고 자신했다. 사지드 자비드 영국 재무장관도 "가결 전망이 꽤 괜찮다"며 "새 합의안은 브렉시트가 초래한 불확실성을 끝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융커 위원장은 "우리가 합의에 도달하면 (브렉시트를 실행)하는 것이지, 연장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면서 영국 의회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연립정부 파트너인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이 반대 의사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존슨 총리는 자신의 브렉시트안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출당 조치한 반대파 무소속 의원 21명과 제1야당인 노동당 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합의안 가결에는 과반인 320표 이상이 필요하다. 보수당 의석은 288석이고 DUP 의석은 10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하원에서 의원 321명이 이 협정안 비준에 대해 반대, 318명은 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존슨 총리의 합의안이 19일 영국 의회 투표에서 승인을 얻지 못하면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은 또다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하원은 19일까지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미루는 '노딜 방지법'을 통과시킨 상태다. 17일 영국과 EU 측이 브렉시트 합의안 초안을 타결했다는 소식 직후 파운드화는 달러 대비 1% 이상 치솟으며 1.2991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영국 의원의 반대 목소리가 전해지면서 파운드화 가치 상승분을 상당수 반납해 전일보다 0.46% 오른 1.2891달러로 마감했다.

새롭게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에는 전환(이행) 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 권리 등 기존 합의안의 핵심 골격이 그대로 유지됐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새 브렉시트 합의안 항목 중 95%가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의 협상안에서 변동이 없다고 전했다. 관건은 남은 5%다. 브렉시트가 될 경우 국경을 맞댄 EU 회원국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를 피하기 위한 방안에서 다른 해결책을 모색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드 보더란 사람이나 상품이 국경을 통과할 때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작년 11월 서명된 기존 합의안에서 EU와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섬에서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한 '안전장치(backstop)'로 양측 간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안은 진정한 EU와 결별이 아니라는 브렉시트 강경파의 격렬한 반대로 영국 의회에서 세 차례나 부결됐다.

메이 전 총리를 물러나게 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슨 총리의 새 브렉시트 합의안은 북아일랜드를 포함한 영국 전체가 EU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도록 했다. 이로써 영국은 EU로부터 독립해 독자적인 관세체계를 가질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이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에 서로 다른 관세제도를 적용하게 돼 법적인 관세 국경이 생기는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자유로운 인적·물적 왕래를 하는 아일랜드섬 주민들에게 대대적인 혼란이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법적인 관세 국경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섬 사이에 실질적인 관세 국경을 세우기로 했다. 두 개의 관세 국경이 생기는 것이다. 영국 본토에서 아일랜드섬으로 들어오는 모든 상품은 북아일랜드에 진입하는 시점에 관세를 물게 된다.

최종 목적지가 북아일랜드인 상품은 관세를 환급받아 관세를 내지 않게 되며, 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상품만 환급받지 못한다. 가디언은 "북아일랜드에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 실질적으로는 'EU의 관세'가 적용되는 안"이라고 설명했다. DUP는 이 안이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통합을 저해한다면서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북아일랜드에 EU의 상품 규제를 적용하기로 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자유로운 상품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대신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상품은 EU 규제 일치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새 합의안은 2020년 말 브렉시트 전환기 종료 시점에서 4년 후 EU의 관세·규제 체계를 계속 적용할지 결정할 권한을 북아일랜드 의회에 부여했다. 아울러 새 브렉시트 합의안에는 북아일랜드에 EU의 부가가치세 관련 법률을 적용한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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