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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사과는 작은 우주"...'사과 작가' 윤병락의 주목 받는 작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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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병락 작가가 서울 노화랑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다. 사진은 윤병락의 작품 ‘가을 향기’, 한지에 오일, 48×47.5㎝, 2019. 노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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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이 맘때 쯤이면 생각나는 작가, 그리고 그림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사과 작가’ 윤병락(51)의 작품이다. 그의 대표작은 진짜 사과보다 더 진짜 같은 ‘사과 그림’이다. 작품을 만나면 싱싱한 사과를 한 입 베어문 듯한 상쾌함이 무뎌진 감각들을 일깨운다. ‘사과 작가’란 이름에 걸맞게 윤 작가가 지닌 작품세계 덕분이다. 전시회 때마다 미술애호가들로 부터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병락 작가가 숱한 감성을 자극하는 사과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노화랑(서울 인사동)에서의 ‘윤병락 전’을 통해서다.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 입에서는 “역시!”라는 말이 쏟아진다. 잘 익은 붉은 사과든, 풋풋함이 매력인 청사과든 작품 속 사과들은 하나 같이 탐스럽다고 향기마저 나는 듯하다. 자꾸 살펴보고 만져보고 싶은 욕구가 일어나는 극사실화의 전형이다. “언제 어느 때 보더라도 싱싱함, 생동감, 풍요로움, 즐거움, 행복감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는 컬렉터들의 말이 실감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기존과 다른 파격적 작품도 선보여 주목된다. 지름이 208㎝에 이르는 커다란 붉은 사과 한 점이다. 한 점의 사과에서 무한한 생명력, 기운, 풍요로움이 뿜어져 나온다. 작품 완성도나 밀도가 여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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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락의 ‘청사과’, 한지에 오일, 45×46.8㎝, 2019. 노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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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새 10년을 훌쩍 넘게 사과 작업을 하고 있는 윤 작가는 “사과에서 우주를 봤습니다. 사과는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밝혔다. “사과를 세심하게 관찰하면 한 가지 색이 아니라 여러 색이 아주 미묘하게 섞여있습니다. 그 색 변화 속에 노란 점 등으로 보이는 숨구멍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 같죠. 꼭지의 어두운 부분은 블랙홀이고 들어가면 그 속에선 씨앗이 영글고, 마침내 꽃이 진 자리로 이어집니다. 제가 우주속 시간여행을 한 듯해요.”

윤 작가는 “사과 하나가 익어가자면 강렬한 태양빛은 물론 수많은 자연 요소들의 기운, 에너지가 보태진다”며 “한 점의 사과에 그 기운을 응축시켜 그것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기회가 된다면 이같은 작품 3~4점을 한 전시공간에 한꺼번에 선보일 생각이다. “사과에서 우주를 봤다”는 그의 말에서 작가로서의 깊은 내공이 엿보인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은 ‘나락 한 알’에서,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모래 한 알’에서 우주를 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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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락의 ‘가을 향기’, 한지에 오일, 242×120.9㎝(가변 사이즈), 2019. 노화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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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의 작품은 숱한 실험과 연구, 노력의 결실이다. 그는 나무로 지지체를 만들고 한지를 붙이는 변형캔버스를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한지 위에 유화물감을 여러 차례 올리며 시각은 물론 촉각과 후각·미각까지 자극할 정도로 극사실적 표현을 이뤄낸다. 특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 부감법은 나무궤짝 속에 담긴 사과를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가변형 설치 작품들에는 컬렉터와 함께 작품을 완성한다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도 담겼다. 개별 작품을 컬렉터가 어떻게 설치하느냐에 따라 다른 감흥을 주기에 컬렉터도 작품 완성에 직접 참여하는 셈이다. 전시는 31일까지. (02)732-3558.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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