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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여성 엿보고 쫓아다니는 게 범죄 아니라고?” 신림동 강간미수 무죄에 입법 미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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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법안 미비, 스토킹방지법 필요”
한국일보

유튜브를 통해 퍼졌던 '신림동 강간미수범 CCTV 영상'. 이 남성은 여성을 쫓아가다가(사진 왼쪽) 여성이 황급히 문을 닫자 수 차례 문을 열려고 시도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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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하던 여성을 쫓아가 집에 침입하려 했던 이른바 ‘신림동 강간미수’ 남성에 대해 16일 법원이 강간미수를 인정하지 않고 주거침입죄만 적용한 것에 찬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범죄 전문가는 해당 행위를 처벌할 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스토킹방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8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는 죄명 자체가 없기 때문에 성범죄가 목적이었을 것을 다 짐작하나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토킹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 국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여러 나라에서 스토킹방지법이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관련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토킹방지법은 이미 법안이 만들어져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스토킹이 일종의 구애행위일 수도 있는데 무작정 처벌하면 젊은 남성 다수가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이 교수는 “여성이 거절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음에도 지속적으로 이런 (스토킹) 행위들이 발생하면 문제”라면서 의사에 반해 상습적으로 스토킹을 했다면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히 이번 신림동 사건에 대해 이 교수는 “(가해자) 이 사람이 여러 여성들을 쫓아다녔다는 게 확인이 됐다. 그런 경우 상습 스토커”라면서 “범죄로 처벌을 해야 이게 범법행위니까 하지 말아야겠다는 인식이 생긴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처벌한 내용을 보면 주거 침입만 안 하면 된다는 얘기”라며 “여성을 엿보기만 하고 쫓아다니기만 하고 공포만 주고 서성거리기만 하면 범죄가 아니게 되는 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이런 사법 공백 속에서 신림동 사건 피해 여성의 2차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징역 1년을 줬는데, 주거침입에 있어서 이례적인 판결이다. 이렇게 양형이 굉장히 높게 나오면 항소심에서 유지될 수 있겠느냐”면서 “만약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하면 피해 여성은 일상생활을 당분간 접든지 이사를 가든지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여성이 경찰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중대 범죄의 경우 경찰에서 신변 안전 조치를 하기는 하지만 이 범죄는 (중대 범죄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경찰의 재량권이 있지만 경찰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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