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단독]“서식조건 연구 부족” 지적에 반달가슴곰 수도산 방사 보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환경부 새 개체군 형성 계획

‘신중’ 의견 많아 잠정 취소

환경부가 경북 김천의 수도산에 반달가슴곰 새끼 3마리를 방사하려던 계획을 보류했다. 수도산에 방사할 경우 국립공원이 아닌 곳에 하는 첫 반달가슴곰 방사가 될 뻔했으나, 내부 검토 과정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잠정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환경부는 오는 21일 수도산에 반달가슴곰 새끼 3마리(암컷 2마리, 수컷 1마리)를 방사하려던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산 방사가 보류된 만큼, 기존 방사지인 지리산에 방사할 가능성도 있으나 이후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산은 자신의 서식지를 지리산에서 스스로 이곳으로 옮긴 반달가슴곰 KM-53이 살고 있는 곳이다. KM-53은 안전보호체계가 마련된 지리산에 머물게 하려고 환경부가 애를 썼음에도 세 번이나 ‘탈출’해 수도산으로 이동했다.

환경부는 기존 반달가슴곰 서식지인 지리산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KM-53이 머물고 있는 수도산에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에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반달가슴곰 새끼 3마리를 추가로 방사해 수도산·가야산 일대에 새 개체군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환경부의 이 같은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와 외부 전문가들 상당수가 반대 의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날 열린 환경부 멸종위기종 보전정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지리산이 아닌 새로운 곳(수도산)에서 복원사업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위원 중 한 명은 경향신문에 “종 복원사업의 기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수도산 방사는 기존 서식지를 확장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종 복원사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수도산의 서식조건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선행된 후 그에 따른 계획에 따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결국 수도산 방사계획을 전면 보류하게 된 데는 이 같은 전문가들의 우려뿐 아니라 수도산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산림청의 반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에 따른 여력 부족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녹색연합은 환경부의 수도산 방사계획이 발표된 후 여러 차례 이를 비판해 왔다. 녹색연합은 7일 성명서에서 “반달가슴곰 방사는 무리하고 조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면서 “(수도산이 서식지로 적합하다는 전제하에) 방사하더라도 (새끼 반달가슴곰이 아니라) KM-53의 짝짓기를 위한 성체 암컷이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