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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선거 공약 전문가’ 김재용 “86세대는 부패보다 무능이 문제…구호 세대서 정책 세대로 대전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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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초대 의장 출신 김재용 경기연구원 부원장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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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력 만드는 것엔 탁월

국정운영 성공 여부는 의문


90년대 학번·70년대 출생

‘97세대’가 변화 이끌 수도


“86세대는 ‘부패’보다 ‘무능’이 문제다. 86세대가 변해야 한다. ‘구호를 외치던 세대’에서 ‘정책 세대’로 대전환해야 한다.”

이른바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운동권’ 핵심 인사였던 한국대학생총연합(한총련) 초대 의장 출신인 김재용 경기연구원 부원장(50·사진)이 선배·동료였던 ‘86세대’ 정치인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책 중심의 정치는 보이지 않고 정권의 대표공약들은 매번 좌절되는 현 상황에서 86세대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청년층 영입 등을 통한 대폭적인 인적쇄신·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 대표적인 ‘매니페스토’(선거 정책 공약)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 부원장은 17일 국회 인근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93년 한총련 초대 의장 등 학생운동권 주축으로 활동한 뒤 시민운동을 거쳐 매니페스토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김 부원장은 “1980년대 민주화 이후 86세대 정치권의 정책적 무능은 반복되고 방치되고 있다”며 “부패보다 무능의 문제가 (현실 정치에) 훨씬 더 큰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경제와 통일·외교, 복지 등 ‘3대론’을 중심으로 정책을 체계화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제외하곤 한국 정치에서 매니페스토는 없었다”며 “여기에서 십수년간 정치 중추로 떠오른 86세대의 책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86세대가 정치도 ‘운동’의 관점에서 접근해왔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그는 “운동 전략을 짜듯 정치권력을 탄생시키는 데는 탁월했던 것 같지만, 그 후 국정운영에서도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직격했다. 이어 “86세대가 권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정책을 하나의 수단으로만 이용했다”며 “세상을 바꾸겠다고 외치며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지만, 기존 기득권 정치의 언어와 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조국 대전’과 관련해선 “정치적 논쟁 대부분이 도덕과 사법의 영역 등에 집중됐다”며 “국민 삶과 직결되는 사회경제적 정의나 불평등, 계급 간 격차 같은 문제는 도대체 누가 대표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 부원장은 ‘조국 대전’에서도 ‘운동과 구호’로 단련된 86세대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김 부원장의 대안은 세대교체로 모아졌다. 내년 총선을 비롯한 미래 정치를 위해서라도 다음 세대인 청년세대에게 공간을 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86세대라고 무조건 물러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고 체계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정치를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변하지 못한다면 당장 내년 총선부터 전면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97세대’(1990년대 학번·1970년대 출생)의 역할이 86세대의 변화를 추동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97세대는 ‘IMF 시대’를 경험한 이들이다. 삶의 문제를 정치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된 세대”라며 “97세대 등 후속 세대가 정치권에 대거 유입되면 86세대의 변화를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저서 <권력의 탄생과 성공의 법칙> 출간기념회를 개최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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