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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기자수첩]한국전력을 쪼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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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필요성은 공감 하지만 지금은….”

전력산업구조개편 얘기만 나오면 정부 목소리는 작아진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전력시장은 독점시장이다. 한국전력그룹이 발전, 송·배전, 판매를 사실상 독점한다. 제도적으론 민간이 전력시장에 참여할 수 있지만 갖은 규제로 진입장벽이 높아 유명무실하다. 말만 시장이지 자유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가격을 결정해 거래가 이뤄지는 '진짜 시장'은 아니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대를 추진 중이다. 탈중앙화·분권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선 발전뿐 아니라 판매 부분에도 민간 참여가 필수적이다. 논란 중인 한전 적자 원인 중 하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등에 따른 정책비용이다. 올해만 7조원이 들어간다. 전력시장을 독점하는 한전이 모든 부담을 지는데 지속가능 하지 못한 구조다.

대안은 송·배전 부문을 ‘공공재’로 분리하고 판매 부문은 완전경쟁을 도입하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01년 전력산업구조를 개편하면서 송·배전과 판매 부문을 분할할 계획이었지만 노조 반발 등으로 백지화됐다. ‘미완’의 구조개편으로 부작용이 계속 축적되는 실정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가 국내 전력시장에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라고 권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은 2016년 4월 전력소매시장도 자유화하면서 다양한 사업모델이 나와 전력시장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소비자가 발전포트폴리오를 보고 전력판매기업(요금)을 선택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요금이 비싸도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더 많이 사면서 재생에너지 선순환 생태계가 정착해가고 있다.

에너지전환은 ‘국가 100년 대계’로 불리는 에너지정책의 중요한 변곡점이다. 전력시장구조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는 특정 전원, 요금제 등 지엽적 논쟁은 그 자체로 소모적이다. 전력시장 비효율을 제거하고 국민 편익을 제고하기 위해 한전 분할을 포함한 구조개편 논의를 시작할 때 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yhry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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