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지난해 퇴직연금 수수료로 지급한 금액이 약 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년간 36% 급증한 수치다.
190조원 규모인 퇴직연금의 연수익률이 1%대인 것을 감안하면 퇴직금 수익의 절반 가까운 금액이 수수료로 지급되는 셈이다. 은행·증권·보험업계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직장인 노후를 위한 수익률 제고는 소홀히 한 채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이 지난해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퇴직연금 사업으로 거둬들인 수수료는 총 8971억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 6588억원 대비 36.2% 증가한 규모다.
신한은행이 가장 많은 수수료 수익(1030억원)을 올렸다. 신한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같은 기간 40.1% 늘었다. 전체 수수료 수익의 11.5%에 달하는 것으로 유일하게 1000억원 이상의 수수료 수익을 기록했다.
이 기간 삼성생명은 19.4% 증가한 963억원을, 국민은행은 35.6% 증가한 956억원을 수수료 수익으로 거둬들였다. △우리은행 770억원 △기업은행 664억원 △하나은행 573억원 △농협은행 510억원 △미래에셋대우 497억원 등도 고수익을 올렸다.
사업자들이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방치하면서 자사의 이익 챙기기에만 힘썼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01%로 2016년 1.58%, 2017년 1.88%에 이어 1%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지난해말 기준 퇴직금 적립금 규모가 190조원인 만큼 수익률 1.01%로 계산하면 연 수익금이 2조원이 안 된다.
약 2조원의 수익금을 내면서 9000억원의 수수료를 챙기는 셈이다. 전체 적립금 규모의 증가세와 비교해도 이같은 수수료 수익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년의 퇴직금 적립금 증가율은 29.3%로 수수료 수익 증가율(36.2%)을 밑돈다.
특히 원금 손실 우려가 높은 DC형 퇴직연금 수수료 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DC형 수수료 수익은 2990억원으로 2016년과 비교해 3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DB형 수수료 수익은 5080억원으로 32.8% 늘었다.
DB형은 근로자가 소속된 회사가 관리하나 DC형은 근로자가 운영 주체로 시장 상황과 개인 판단에 따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가입자들도 적잖다. 지난해 DC형 평균 수익률은 0.44%로 2016년(1.45%) 대비 1.01%포인트 떨어졌다.
이에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진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다수 사업장의 퇴직연금 적립금을 한 데 묶어 기금 형태로 운영하는 것으로, ‘규모의 경제’로 인한 수익률 제고는 물론 사업장 간 경쟁 유도로 수수료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 의원은 “현재 퇴직연금 제도에선 직장인은 불안을 겪고 사업자는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는 구조적 문제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화 시대 직장인들의 노후 불안이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기금형 퇴직연금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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