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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아동불법촬영물’에 너무나 관대한 한국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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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이트 운영자에 고작 1년6월형…수백번 다운로드해도 벌금형 그쳐

‘W2V’ 한국인 이용자 223명 검거에 가벼운 처벌 비판 봇물

1회 받은 미국인 징역 70개월, 한국선 ‘초범’ 이유 솜방망이

경향신문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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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불법촬영물을 제공하는 다크웹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가 한국 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에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미국·영국 피의자들이 받은 형벌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아동불법촬영물을 단 1회라도 다운로드하면 실형을 선고하지만 한국은 수백차례 다운로드해도 벌금형에 그친다.

한국·미국·영국 수사기관은 공조수사로 아동불법촬영물을 제공하는 W2V 이용자 338명을 검거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중 한국인 이용자가 223명(71.9%)이었고 운영자도 한국인 손모씨(23)였다. W2V는 전체 회원 수가 128만여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불법촬영물 다크웹이다. 다크웹은 특정 프로그램을 통해야만 접속이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다.

미국 텍사스주의 리처드 그래코프스키(40)는 W2V에서 영상을 1회 다운로드하고 1회 접속한 혐의로 징역 70개월, 보호관찰 10년, 7명의 피해자에 대한 3만5000달러 배상을 선고받았다. 영국의 카일 폭스(26)는 5세 아동을 성폭행하는 아동불법촬영물을 제작해 W2V에 공개한 혐의로 22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법무부는 이날 자국인과 외국인 전원의 실명, 거주지, 나이를 공개했다.

아동불법촬영물을 유포해도 한국 법원의 처벌은 가볍다. W2V 운영자 손씨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최미복 판사는 지난해 9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성적으로 왜곡해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크다”면서도 “손씨의 나이가 어리고 범행을 시인하면서 반성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이성복 부장판사)는 “원심의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아동불법촬영물은 다운로드하기만 해도 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한국에서 아동불법촬영물 이용자들은 대체로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인천지법 부천지원 손윤경 판사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다크웹에서 아동불법촬영물 1080개를 다운로드받은 ㄱ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회적 해악이 매우 커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유사 사건 피고인들에 대한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 김국식 판사는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다크웹에서 968회에 걸쳐 아동불법촬영물을 다운로드받은 ㄴ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반성하고 있고 초범인 점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W2V 이용자 검거 소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대체 어떻게 운영자가 1년6월형인지 판결문을 보고 싶다” “검거된 한국인 전부 미국에서 재판받고 미국 교도소로 갔으면 좋겠다” “한국 법원 판결을 알면 소아성범죄자들이 한국으로 이민 올 것 같다”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한기 디지털성범죄아웃(DSO) 사무국장은 “불법촬영물을 ‘야동’이라며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한국 사회가 아동에 대한 성착취를 만들었다”며 “법원이 실형 이상의 강한 처벌을 하고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국제공조수사에 나서야 심각한 성범죄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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