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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신동빈 집행유예 확정]“박근혜 요구에 적극적 뇌물 제공” 최순실 판결 때와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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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2심 판결 확정

경향신문

지난해 10월5일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뒤인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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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포츠재단에 70억 제공

‘강요죄 피해자’ 논리 뒤집어

경영비리 혐의 등 원심 확정

신격호, 징역 3년 실형 유일


대법원은 17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4)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16년 3월 독대하면서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 현안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혐의(뇌물공여)를 유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선고 후 자료를 내고 판결 배경에 신 회장이 ‘강요의 피해자’가 아니라 ‘적극적 뇌물공여자’라는 판단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 “신동빈은 뇌물공여자”

이날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박 전 대통령은 신 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 요구가 롯데그룹의 중요한 현안인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재취득과 관련된 대가의 교부임을 인식하면서 지원을 요구했다”, “신 회장도 대가에 대한 요구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했다고 판단했다”는 지난해 10월 2심 판결 내용을 인용했다.

대법원의 신 회장이 ‘적극적 뇌물공여자’라는 판단은 지난 8월29일 박 전 대통령·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상고심 판결 선고와 이어진다. 당시 대법원은 강요죄 부분을 파기하면서 신 회장이 ‘강요의 피해자’가 아니라고 했다. 대법원은 최씨 상고심 판결문에서 “박 전 대통령의 요구는 뇌물 요구에 해당하고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1심과 2심은 뇌물공여죄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지만 형량은 달랐다. 1심은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지만, 2심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풀어줬다. 2심 재판부는 “수뢰자(박 전 대통령)의 강요 행위로 인하여 의사결정의 자유가 다소 제한된 상황에서 뇌물공여의 책임을 엄히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강요의 피해자 논리를 양형에 고려했다. 재벌 총수 양형 공식인 ‘3·5법칙(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 부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10년 이상의 징역만 양형 부당으로 상고할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은 양형에 대해선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1·2심에서 판단이 엇갈린 또 다른 쟁점은 뇌물액 70억원에 대한 추징이다. 1심 재판부는 신 회장에게 추징금 70억원을 명령했다. 뇌물공여의 계기가 된 호텔롯데 상장, 면세점 특허 취득이 신 회장의 롯데그룹 지배력 강화와 연결됐다고 판단해 신 회장 개인에게 책임을 지운 것이다. 2심은 신 회장에게 추징금을 명령하지 않았다.

2심은 “뇌물공여가 신 회장 개인의 이익이 아닌 롯데그룹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의사로 행해진 점을 고려하면 이로써 신 회장이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추징, 뇌물로 제공된 금품의 동일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했다.

■ 일감 몰아주기만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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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법원은 신격호 총괄회장(97)과 신 회장 등이 가족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경영비리 혐의도 ‘유죄’라고 확정했다. 신 총괄회장, 신 회장 등은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 영화관 내 매점을 신 총괄회장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씨(60) 측 회사(유원실업)와 신영자 롯데쇼핑 대표이사(76) 측 회사(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에 임대하게 해 롯데쇼핑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쟁점은 매점을 가족 회사에 임대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지였다. 롯데 측은 매점을 직영하지 않고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임대하는 것 자체는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임대료의 적정 여부를 기준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서씨 측 회사 등이 운영한 매점의 임대료는 다른 임대 점포에 비해 낮게 책정되지 않았고,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했다.

1·2심은 “직영하는 경우 롯데쇼핑에 더 큰 이득이 발생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목적으로 임대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또 다른 주요 혐의는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등이 롯데그룹에서 일한 적 없는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5)과 서미경·신유미씨 모녀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횡령)다. 1·2심은 신 부회장이 실제로 그룹 차원의 경영에 참여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 회장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씨 모녀에게 급여를 지급한 혐의는 1심에서 신 총괄회장·신 회장 둘 다 유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2심은 범행에 대한 신 회장의 기여도가 낮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 신격호만 ‘실형’ 확정

신 총괄회장은 피고인 9명 중 유일하게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1·2심 재판부는 “범행의 결심부터 실행까지의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장악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신 회장은 경영비리로 피해 회사들이 입은 손해 약 117억원에 대해 176억원을 공탁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대규모 자산을 보유한 사업가들의 피해회복 조치에 대해 양형상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제력의 불균형으로 인한 양형의 불공평을 초래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간 법원은 총수들이 거액의 공탁금을 냈다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는데, 이 같은 선례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공범인 신 부회장, 신 대표이사, 서씨 등은 무죄를 선고받거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아 형 집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신 총괄회장 측은 이날 대법원 판결 선고 직후 검찰에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인 오정익 변호사는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신 총괄회장이) 고관절 수술을 오래전에 받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데다 알츠하이머 말기”라며 “죽도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수액을 맞는 등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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