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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푸틴, 시리아 분할 감독할 수도…시리아 결정권자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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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만비즈에서 순찰활동 시작

뉴시스

【세바스토폴=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앞)이 지난 8월10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바빌론 섀도 바이크쇼 캠프에 참석해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고 있다. 2019.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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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철군을 단행하면서 러시아가 힘의 공백을 틈타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시리아 북부의 영토 분할을 감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 러시아군은 지난 15일 요충지 만비즈에서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시리아 쿠르드족간 충돌을 막기 위한 순찰 활동에 돌입했다.

푸틴 대통령은 같은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간 충돌 방지와 시리아의 영토적 완전성 유지를 요구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시리아 해법 논의를 위해 러시아에 방문할 것을 제안해 승낙을 받아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특사인 알렉산더 라브렌티예프는 같은날 이날 터키와 시리아 정부군의 충돌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군과 쿠르드족간 군사협정을 중개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시리아 사태의 주도권을 러시아가 쥐고 있다고 사실상 공표한 셈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불개입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터키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보내 터키에 군사작전 중단을 촉구하기로 했지만 터키의 반응은 시큰둥한 모양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에도 휴전은 없다'고 미리 선을 그었고,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는 미국 대표단을 만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는 다음달 15일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과 회동 일정을 새로 잡는 등 러시아를 우선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보도에서 미군의 철군이 터키에 시리아 북부를 침공해도 된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됐고 중동 세력 균형이 한방에 뒤집히는 계기가 됐다"면서 "러시아가 가장 큰 승자가 됐다.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의 새로운 왕, 새로운 결정권자가 됐다"고 지적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쿠르드족이 통제하고 있던 만비즈와 코바니, 타브카, 탈 탐르 등 국경도시에 병력을 재진입시켰다. 아사드 정권은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북동부 지역을 쿠르드족에 내준 뒤 재탈환을 노려왔지만 미군의 존재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쿠르드족은 터키군을 막기 위해 아사드 정권에 손을 내밀었고 아사드 대통령에 사실상 항복하는 협정에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아사드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인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략적 결정권자로 떠올랐다.

시리아 정부와 접점이 있는 시리아계 영국인 대니 마키는 지난 14일 아사드 정권과 쿠르드족이 체결한 협정에 쿠르드족 주도 반군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이 러시아가 통제하는 5군단에 가입한다는 사실상 SDF 폐지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미군이 연합을 도운 SDF는 쿠르드족 민병대 인민수비대(YPG)와 시리아 기독교 민병대, 아랍계 민병대 등의 연대체다.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무장세력이자 한때 미국의 동반자였던 SDF가 갑자기 러시아의 지배를 받게 됐다는 셈이다.

WSJ는 쿠르드족이 유프라테스 동부에서 자치권을 유지하길 원하지만 시리아를 비롯한 바트주의(아랍 민족주의) 정권들은 전통적으로 쿠르드족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면서 쿠르드족에게 남은 희망은 러시아에 매달리는 것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터키도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유지하기 위해 러시아에 기댈 수밖에 없다면서 터키가 러시아의 목표대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벗어나 러시아와 제휴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이스라엘도 최대 정적인 이란의 대(對) 시리아 무기 이전과 대리세력 육성을 막기 위한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러시아의 허락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누가 이스라엘 총리가 되든지 러시아와 접촉이 기존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WSJ는 "시리아 정부와 쿠르드족, 터키, 이스라엘 모두 시리아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에 의존하게 됐다"면서 "시리아로 가는 모든 길은 이제 모스크바를 거치게 됐다. 푸틴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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