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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연합시론] 대통령이 직접 챙긴 경제장관회의, 경제활력 자극제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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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조국 정국'에서 벗어나자마자 검찰개혁과 함께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경제 문제를 직접 챙겨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글로벌 악재가 장기화하면서 경제성장 전망치가 급격히 떨어지자 경제 상황과 정책 방향을 되짚어보고 경제 관련 부처에도 긴장감을 심어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작년 12월 청와대에서 법에 정해진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일은 있지만 일반 경제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마치 블랙홀 같던 '조국 정국'이 조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로 일단락되자 이례적으로 경제장관회의를 소집해 국정의 무게중심을 국민의 삶과 직결된 경제ㆍ민생 문제로 옮기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 예상된다며 민간투자 확대와 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기하강 국면에서 과감한 재정지출이 경제활력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재차 일깨웠다. 경기 불확실성과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려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나서 경제 심리를 안정시키고 재정지출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글로벌 경기하강 국면에서는 우리처럼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더 큰 영향을 받는 만큼 민간경제의 활력을 높이려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기업을 격려하고 규제혁신의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것도 투자환경을 개선하라는 뜻일 것이다. 건설투자 확대를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끈다. 광역교통망 조기 착공, 주택 조기 공급, 생활 인프라 구축 등 구체적인 영역까지 제시했다. 민간의 활력을 높이는데 건설투자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 경제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낮췄다. 지난 4월 전망 때보다 무려 0.6% 포인트나 떨어뜨렸다. 지난 8월, 9월에는 두 달 연속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며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는 디플레이션 우려 마저 키웠다.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인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전년 대비 뒷걸음질 쳐왔다. 투자와 소비도 추세적으로는 부진하다. 경기가 우리나라만 하강하고 있는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식어가는 속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빨라도 너무 빠르다. 경기 부양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춘 것도 경제 활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담겼을 것이다.

경제가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꼭 필요하지 않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고 민간의 투자 의욕을 북돋아 줘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경제 장관들을 불러 모아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면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얼마 전 13조원을 투자하는 삼성 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하고 이어 16일에는 미래 차 비전 선포식이 열린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를 찾은 것도 기업인들에게는 힘이 될 것이다. 미래를 위한 산업구조 변화와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에 힘쓸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기업들은 스스로 동기가 부여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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