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웰 “한국, 전략적 이해에 우선을”
“폭넓은 관여 배제 아니다” 중재 시사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6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청문회에 앞서 서면 자료를 통해 “우리는 양 동맹국 사이에 중재자가 되지 않겠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었는데 폭넓은 관여를 배제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며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이 우리의 집단적이고 전략적인 이해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했다.
스틸웰 차관보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우리 정부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역사적 갈등과 무역, 안보 관련 조치에서 비롯된 (한일) 관계에서의 최근의 도전은 동북아에 점점 안전하지 못하고 불안정한 안보 환경을 만들어왔다”면서 “우리는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우려를 거듭 표명해왔다”고 덧붙였다. 미 상원에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한 스틸웰 차관보는 한국과 일본을 두고 “두 핵심 동맹 모두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유지와 한반도의 비핵화 추구에 전념하고 있다”면서도 “미사일 방어와 정보 공유 등을 포함해 우리는 3자 안보 협력 심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이같이 지소미아 종료 문제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한국과 일본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실제로 전날 서울에서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도 양국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공 배상 판결 문제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지만, 지소미아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수출 규제 문제와 지소미아 종료 재검토를 연동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이날 협의에서 지소미아와 관련된 논의는 전혀 진행된 바 없다”고 답했다. 오히려 “지소미아 문제 등에 대해 빨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는 한일 사이에 있지만, 마음대로 되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날 협의에서는 그간 한일 간 마찰로 논의되지 못했던 다른 현안까지 테이블에 함께 올라왔지만, 정작 지소미아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강하게 재고 입장을 표명하면서 한일 모두 관련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이날 협의에서는 최근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유실된 일본 내 방사능 폐기물에 대한 처리 문제도 함께 논의됐다. 협의에 나선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처리 문제를 언급하며 유실된 폐기물 처리 상황에 대한 질문과 일본 측의 투명한 정보 공유를 요구했다. 일본 측은 우리 외교부의 요구에 대해 “피해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오상 기자/o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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