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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지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를 발표해 한 고비를 넘기나 싶었던 미ㆍ중 무역협상에서 불안한 기운이 흐르고 있다. 중국 측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약속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실제 합의문 서명까지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홍콩 시위 사태를 둘러 싼 정치적 갈등까지 겹쳐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16일(현지시간) 중국이 지난 11일 협상에서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약속했지만 시기ㆍ조건 등을 둘러 싸고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미국으로 하여금 오는 12월15일부터 추과 부과될 예정인 1560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5% 관세 부과를 포기하라고 요구하면서 미국산 농산물 구매 약속을 지렛대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중국 측 협상단은 농산물 구매가 실제 수요 및 공정 시장 가격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1단계 합의 발표 당시 중국 측이 대략 약 500억달러 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중국이 역대 한 해 동안 수입한 최대 규모보다 훨씬 많다. 중국 입장에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국영 기업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 실제 중국이 역대 최대로 미국산 대두ㆍ돼지고기 등 농산물을 수입한 것은 2013년인데, 약 290억달러 규모에 불과했다. 이는 2017년 들어 240억달러로 감소됐었다. 미ㆍ중 무역 갈등이 고조된 후엔 최근 1년 동안엔 약 9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합의 발표 당시 "2년 내"라는 시한을 밝혔지만, 중국은 여전히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 등 수치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는 상태다. WSJ에 따르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최근의 무역 협상에 대한 중국의 이해는 미국이 설명한 것과 일치한다"고만 답했다.
이와 관련 중국과 미국은 이번 주 주 중 차관급, 다음 주 중 고위급 전화 통화 등을 통해 '1단계 합의'와 관련한 문서화 및 세부 조율을 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태다. 또 다음달 중순 칠레 산티에고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회담을 갖고 서명할 예정이다.
WSJ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농산물 구매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기대보다 농산물 구매를 덜 할 수 있도록 서면 약속에 조건을 붙일 수 있다"면서 "미국의 농산물 가격이 반드시 적정해야 하며, 관리 구매를 금지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고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기부과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철폐와 연계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시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이행하기 전에 미국의 관세 철폐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11월 APEC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트럼프ㆍ시진핑 정상회담 이전에 양국이 구체적인 협상 문안ㆍ조건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기에 홍콩 '반송환법' 시위 사태와 관련해 전날 미국 하원이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양국간 무역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법안은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평가해 현재 받고 있는 특혜를 연장할 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홍콩 반환을 앞두고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중국과 달리 홍콩에는 미국 비자나 사법, 무역 투자 등과 관련해 특혜를 줘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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