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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해양 인문학자가 살핀 어시장 풍경과 물고기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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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의 첫 사진집 '세계의 어시장'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어시장에는 수산경제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누구나 시장 나들이를 선호한다. 어시장의 비린내와 질퍽거림에 매력적인 그 무엇인가가 묘하게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해양 인문학자인 주강현(64) 국립해양박물관(부산) 관장이 첫 사진집 '세계의 어시장'을 펴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곳곳의 어시장을 답사하며 촬영한 컬러사진 140여 점이 수록된 사진집이다.

이번 책은 부제 '어시장 풍경과 물고기의 표정'이 말해주듯 '어시장'과 '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사진들로 엮였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인도양, 아라비아해, 벵골만, 동남아시아 바다, 북서태평양, 환동해권 시베리아, 지중해, 북해·발트해·대서양 등 8개 권역을 두루 탐방했다.

찾아다닌 장소와 시간이 다양하듯이 물고기를 앞에 두고 몰려있는 어시장 상인들과 물고기의 표정 또한 다채롭다. 스리랑카 갈의 전통 어로식 고기잡이, 탄자니아 펨바의 수산어시장, 인도 케랄라 시골 장터의 어물전, 일본 쓰키지의 수상 어시장,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전통 어시장 등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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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시트웨 중앙시장(사진 = 눈빛 제공)



어시장 풍경은 세계 어디나 분주하고 활기로 넘쳐나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선도(鮮度)'에서 찾는다. 물고기의 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시간 다툼이 요구되고, 선도 좋은 물고기는 가격도 높다.

싱싱한 생선이 밥상에 올라야 하니 배에서 내려 손님에게 쥐어지기까지 시간을 조금도 지체해선 안 된다. 이 책에서 어시장 사람들의 비린내 나고 끈적한 삶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배경이다.

왜 하필 어시장일까? 저자는 "어시장은 수산경제가 움직이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 밥상으로 나아가는 광장"이라며 탐방과 출간 취지를 말한다.

"바다 밥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바다음식점 주인으로부터 삼시 세끼를 준비해야 하는 가정집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어시장을 찾는다. 이들의 공통 목적은 '바다 밥상'이다."

물고기와 더불어 어시장의 또 다른 주인공은 상인이다. 이른바 '자갈치 아지매'는 우리나라 부산뿐 아니라 세계 어느 어시장에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물고기를 앞에 두고 분주하고 활달하게 살아가는 어시장 사람들의 생명력이 느껴진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한결같다.

해양 인문학자가 추구해온 아카이브 성격의 다큐멘터리답게 권역별 소개의 글과 함께 '어시장 연대기'도 논고로 덧붙여 어시장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제주대 석좌교수이기도 한 주 관장은 역사학, 민속학, 인류학, 민족학, 고고학 등 융·복합적 연구에 기반해 세계 해양문명사를 탐구해왔으며, '등대의 세계사', '독도강치 멸종사', '환동해문명사', '제국의 바다 식민의 바다', '관해기' 등 해양 관련서 또한 다수 발간했다.

눈빛. 196쪽.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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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어시장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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