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측 서류 접수 거부 3년 지연
개인 청구권 소멸 포함 안된 사안
승소하면 일본 정부 자산압류
이번 재판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 등이 2016년 말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1억원 가량씩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일본 정부는 소송 서류를 접수하지 않는 식으로 재판을 지연시켜왔다.
이에 법원은 지난 5월 법원 게시판 공지 방식의 공시송달을 시도, 일본 측에 서류가 도달한 것으로 여기고 재판을 개시했다. 이어 이달 10일 재판 일정을 같은 방식으로 통지한 뒤 11월 13일에 열겠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측이 변론에 참석할 가능성은 낮아 궐석재판이 될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위안부 피해자 12명의 소송까지 더하면 전체 소송 액수는 42억원가량이다.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은 일제 강점기 과거사 사건이란 점에서 강제징용 소송과 유사하지만 더 복잡하다. 위안부 문제는 한국 정부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밝힌 세 가지 사안(▶위안부 문제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에 해당한다. 청구권 협정 등으로 배상·보상이 이미 이뤄졌는지가 쟁점이었던 강제징용 판결과 다른 점이다.
또 이번 소송은 한국 법원에 외국 정부를 상대로 낸 것이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2004년의 유엔협약 ‘국가 및 국가의 재산 관할권 면제 협약’은 주권국가의 사법적 면제(state immunity)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 협약은 현재 발효되지 않은 상태다. 일본은 서명·비준한 반면 한국은 하지 않았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소 국제법연구센터장은 “위안부 문제처럼 반인륜적 범죄의 경우에는 ‘국가 면제’에서 외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판례를 새로 형성할 수도 있다. 법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묻는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상징적인 재판이라는 평이 우세하지만, 지난해 강제징용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흐름상 이번 재판도 결과를 봐야 안다는 시각도 있다. 어느 쪽이든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원고들에게 소액이라도 배상 판결이 내려지면, 국내에 있는 일본 정부의 자산을 압류·처분하는 문제로 넘어가기 때문에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을 다투는 강제징용 문제와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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