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발표한 "맨발로 바다로 갔다"는 영상 없어
학생들, 유리문과 보안 카메라 부수며 저항 나서
【서울=뉴시스】 지난달 22일 익사한 채 홍콩의 한 바닷가에서 발견된 15살 여학생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 여학생이 재학 중이던 홍콩디자인학원은 14일 엘레베이터 폐쇄회로(CC)TV로 천옌린이 흰 옷을 입은 남성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공개했으나 여전히 그의 죽음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았다. 사진은 학교 측이 공개한 CCTV 영상에 담긴 15세 소녀의 마지막 모습. (사진=유튜브 캡처) 2019.10.15.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시스】양소리 기자 = 지난달 22일 익사한 채 홍콩의 한 바닷가에서 발견된 15살 여학생에 대한 의구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 경찰과 학교는 여학생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공개했으나 짜깁기 논란이 일며 오히려 불신만 확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홍콩01 등은 15일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가 익사체로 발견된 천옌린(陳彦霖)에 대한 시위대의 진상 규명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9일 실종됐던 천옌린이 3일 만에 홍콩 야우퉁(油塘) 인근 바다에서 전라 상태로 발견된 데에 대해 시위대는 '경찰이 여성을 성폭행한 후 살해해 바다에 버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천옌린과 관련해 최초 보도한 빈과일보는 "그가 수영대회에서 상을 받고 다이빙팀에서 활약할 정도로 수영실력이 뛰어났다"며 "익사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도한 바 있어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찰은 천옌린이 재학하던 홍콩디자인학원(HDKI)의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그가 사망 당일 소지품을 학교 사물함에 넣고 맨발로 해변을 향해 걸어갔다며 이번 죽음을 자살로 몰고 가고 있다.
홍콩디자인학원은 해당 영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14일 오후 5시께 취재진과 100여명의 학생 대표를 불러 천옌린으로 추정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CCTV의 날짜는 19일, 천옌린이 실종된 날이다.
학교가 공개한 영상은 두 개로 첫 번째 영상에서는 오후 6시56분 한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주차장 입구를 지나는 모습이 담겼다.
학교 측 직원이 영상 속 여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천옌린이라고 밝히자 학생들은 야유를 보내며 "이 화질로는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영상 속 시간이 6시59분이 된 후 다시 첫 화면으로 돌아가자 학생들은 "학교 당국이 편집된 영상을 보여줬다"며 분노를 표했다.
또 다른 영상은 엘리베이터 CCTV로 천옌린이 흰 옷을 입은 남성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찍혔다. 이후 장면을 보여달라는 학생들의 요구에도 학교 측은 영상의 상영을 중단했다.
맨발로 바닷가로 가는 모습을 확인했다는 경찰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학교 당국에 30분의 시간을 주겠다"며 "오후 6시2분까지 시위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완전하고 편집되지 않은 영상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학교는 끝내 이를 거부했다.
홍콩디자인학원 학생들과 이들과 나란히 붙어있는 유스 칼리지 학생 1000여명은 "CCTV 전체 영상을 공개하라, 진실을 밝히라"고 외치며 학교 유리문과 감시 카메라를 부수는 등 저항에 나섰다.
학교 측은 성명을 통해 "15일부터 17일까지 모든 수업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수습에 돌입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천옌린 사망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천옌린의 체포 기록이 없으며, 그의 시신에서 타박상과 성폭행의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경찰의 발표를 신뢰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경찰이 15세 소녀의 사망에 대해 검시관에게 완전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정부 시위가 악의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으로 폭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교육당국 역시 "10대 여학생의 죽음에 의문점은 없다"며 시위대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sound@newsis.com
▶ 뉴시스 빅데이터 MSI 주가시세표 바로가기
▶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