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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2019허스토리⑥]"'좋은 선택'은 없다, 그 선택을 옳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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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사업 전두지휘하는 전투력, 섬세한 리더십으로 정평

남녀 가릴 것 없이 일은 배움의 과정 "변화는 기회와 함께 온다"

선택의 순간 갈등 말고, 어떤 선택이든 옳은 선택이 되도록 해야

"빛나는 일은 없다. 일을 빛나게 하는 건 사람"

아시아경제

여지영 SK텔레콤 TTS유닛장이 8일 서울 중구 파인애비뉴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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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변화를 불편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맞딱드려라. 좋은 선택은 없다. 선택을 좋게 만드는 일만 있을 뿐이다."


여지영 SK텔레콤 TTS사업 유닛장의 지론(持論)이다. 올해로 입사 20년차. 대한민국에서 이해관계자 갈등이 가장 첨예한 모빌리티 사업을 최전선에서 전두지휘하고 있다. 2015년 티맵택시가 포함된 TTS사업부문을 맡아, 3년만에 카카오택시를 바짝 위협하는 존재로 키워냈다. 22만명의 택시 기사 회원을 유치한 외형성장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 택시, 택시 운전 체험, 교통약자 이동 지원 서비스 등으로 SK그룹이 중요시 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에 앞장섰다. SK텔레콤 안팎에선 그를 빛이 안드는 사업부문을 살려내는 '이국종 교수 같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음지에 있던 사업부문을 양지로 키워내는 전투력과 섬세한 리더십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전략과 인적자원(HR), 신규사업부를 두루 거치며 꽃길만 걸었을 것 같았던 그지만, 좌천, 상사와 마찰, 지방 발령 등으로 곡절도 많았다. 그 때마다 이를 악물고 버텼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20년 직장생활동안 여 유닛장에게 신념으로 자리잡은 것은 변화와 선택을 대하는 태도다. "원하든 원치않든 변화가 올거에요. 변화는 상당히 불편하고 외로운 것이죠. 하지만 변화를 즐기고, 버티면 기회가 옵니다." 여 유닛장의 전언이다. 출산과 육아를 고비로 커리어를 접어야 할까 고민하는 워킹맘 후배들에게는 이렇게 조언한다. "좋은 선택은 없다.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그 선택이 좋은 선택이 되게 만들어라."


◆"변화를 두려워 하지마라" = 1991년 삼성SDS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한글과컴퓨터, 한국국방연구원을 거쳐 2000년 경력직 채용을 통해 서른다섯살, 늦깎이로 SK텔레콤에 자리잡았다. 연구원 조직은 안정적이었지만, "나의 30대를 보내기엔 너무 평온한 조직"이라는 판단에 옮겨간 직장이 텔레콤이었다. 2000년 4월부터 전략 업무를 시작했다. 출근이 기다려질 정도로 즐겁게 일했지만, 7년이 지났을 때 고비가 왔다. 상사에게 직언(直言)을 했던 게 문제였는지, 풀기 어려운 마찰이 생겼다. "그 때 처음으로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옮겨야 하나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치만 내가 여기서 좋은 레퓨테이션을 만들고, 박수받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고민을 하다가 HR로 찾아가 부서이동을 하겠다고 했죠."


HR조직으로 옮겨갔을 때 마흔을 넘긴 나이였다. 팀장을 달아야 할 나이에 신입으로 HR업무를 배웠다. 약점을 빠르게 인정했고 부족한 부분은 메꾸려고 했다. "초반 6개월은 너무 힘들어 내가 잘못 옮겼나 했지만 6개월을 버티고나니 빛이 보였어요. 전략 업무를 했던게 도움이 됐고 3~4년 지나니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죠." 하지만 두번째 고비가 왔다. 역시 사람 문제였다. 새로운 상사가 왔고, 만만찮은 충돌이 생겼다. 말그대로 '좌천'을 당했다. 을지로가 아닌 경기도 이천으로 출근지가 바꼈다. "울기도 많이 울고, 아 내가 직장생활을 이렇게 하는게 맞나 했었죠. 그랬는데 바닥을 쳤을 때 기회가 항상 왔어요."


여 유닛장이 옮겨간 SK텔레콤 역량개발팀의 경우 조금만 신경쓰면 빛을 볼 수 있는 숨은 진주 같은 업무가 많았다. 그때 조직에 '디자인씽킹'을 도입해 전사로 확산시키고, T끌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연말 평가에서도 가장 높은 고가를 받았다. 디자인씽킹팀을 이끈 리더십을 인정받아 HR에서 8년만에 신규사업조직으로 옮겨왔고, TTS프로젝트를 맡게됐다. TTS를 하면서 조직의 별인 임원을 달았다. 여 유닛장은 말한다. "지금도 후배들에게 '세상에 빛나는 일은 따로 없다. 일을 빛나게 하는 건 당신 역할'이라고 조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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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영 SK텔레콤 TTS유닛장이 8일 서울 중구 파인애비뉴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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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선택이든 좋은 선택이 되게 하라" = 그렇게 맡은 티맵택시 사업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카풀 서비스를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분신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택시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고조됐다.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자꾸 생겼고, 의사결정은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도입한 것이 '택시기사 현장 경험' 프로젝트다. TTS사업부 매니저부터 직접 택시운전자가 돼 택시를 몰아보는 체험을 했다. 여 유닛장도 직접 나섰다. 새벽 5시50분에서 오후5시30분까지 11시간을 택시기사로 일했다. 하루 12만5000~13만5000원의 사납금을 채우는 것부터, 미터기, 콜호출, 내비게이션 주소 입력까지 만만찮은 택시기사의 업무를 몸소 겪었다. "본부장이 직접 뛴다는 거 자체가 직원들에게 주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제가 체험을 하지 않았다면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웠고, 직접 일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서비스개발로 이어서 할 수 있었어요." 실제 현장경험은 앱 개발로 이어졌다. 앱에서 방향을 볼 수 있도록 설계하고, 핸들에 '콜잡이'를 부착해 고객 호출이 떴을 때 누르면 수락되는 장치도 개발해 보급했다. 디자인씽킹에서 중요시 하는 관점의 전환을 직접 적용한 것이다.


여 유닛장이 '여성 임원'으로서 꼽는 강점은 권위적이지 않는 리더십이다. 부하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여 유닛장은 임원이지만 임원방에서 일하지 않는다. 직원들과 낮은 파티션을 두고, 한 책상을 쓴다. 임원방은 원탁의자만 두고 회의실로 쓴 지 오래다. "벽과 파티션은 사람과 사람을 단절시킨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이사람한테 가려면 용기가 필요한 거죠. 임원이라고 섬처럼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임원방을 쓰지 않았어요." 비즈니스 파트너를 대할 때도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이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도 있다'는 진정성으로 임한다.


두 딸을 둔 여 유닛장은 자칭 '대관령 맘(mom)'이다. 자녀들에게 큰 간섭을 하지 않고 자율권을 주는 '방목형 육아'를 해왔다. "제가 일을 너무 좋아해서 시간적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아이들에게 뭔가를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길을 찾아가길 바랐어요"라고 말하는 여 유닛장은 아이들에게도 "평생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친정부모님의 손에 자란 아이들은 운동회에 못와서, 과제를 같이 못해줘서 서운해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여 유닛장의 커리어를 응원하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남성, 여성 가릴 것 없이 일은 배움의 과정이기도 하고 도전이기도 하죠. 일과 자신이 일체가 되는 느낌, 조직을 통해 성장하는 경험을 여성들이 더 많이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미래의 여성 리더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물었다. "편하고 익숙한 것만 찾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말로 운을 뗀 그가 말을 이었다. "내 나이가 될때까지 가정이든, 직장이든 많은 변화의 순간이 찾아 올 거에요. 변화는 선택을 요구하기도 해요. 그래서 여성 후배들은 어떤 선택이 옳은 지 저에게 물으러 옵니다. 그 때마다 해주는 말은 같아요. 선택의 순간에 갈등하지 말고, 어떤 선택이든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고요."


여지영 SK텔레콤 TTS유닛장은


▲1989년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산업공학 학사

▲1991년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석사

▲1999년 카이스트 경영공학과 박사 수료

▲1999년~2000년 한국국방연구원(KIDA)

▲2000년~2006년 SK텔레콤 경영전략실, 신규사업본부, 글로벌 사업본부

▲2007년~2014년 SK텔레콤 기업문화실 조직/EMD팀장, HR전략팀장, 역량개발팀장

▲2014년~2015년 SK텔레콤 신사업추진단 디자인씽킹 팀장 겸 TTS TF장

▲2015년~현재 SK텔레콤 TTS 유닛장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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