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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폐업 부르는 창업정책…과밀 자영업 시장서 창폐업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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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창업사관학교 졸업생 62%

과밀업종 도소매·숙박음식점 창업

"업종 분산 사업지원 필요"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한 음식점 밀집지역에 위치한 66㎡(20평) 규모의 지상1층 점포는 올해 들어서만 세 번이나 간판을 바꿔 달았다. 지난해 말에 한식 프랜차이즈 가게가 문을 열었으나 넉 달도 안 돼 폐업했고 곧이어 문을 연 카페와 퓨전양식 가게도 몇 달 못 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지금은 공실로 남아있는데, 배달을 중심으로 하는 분식 프랜차이즈 가게가 곧 입점할 예정이라고 한다. 근처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상인 최인기(가명)씨는 "이 구역이 80m쯤 되는데, 언뜻 떠올려도 이런저런 식당만 열 댓 개는 된다"면서 "이렇게 경쟁이 심한데 콘셉트가 새롭다고 해서 얼마나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씨는 올해로 4년째 버티고 있는 중이다. 그는 "저 점포가 사정이 유독 심해서 그렇지 자세히 보시면 1~2년 사이에 간판 바꾸는 곳이 허다하다"면서 "이렇게들 모여있으니 상권이라는 게 형성되는 효과는 있지만 결국은 같이 나눠먹다가 같이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비중은 전체 취업자 가운데 25.1%로 미국(6.3%), 일본(10.3%), 유럽연합(15.8%)에 견줘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32.4%는 대표적인 '생계형 업종'이자 과밀이 특히 심한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점업이다. 서대문구의 줄폐업 사례는 우리 자영업시장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작은 단면에 불과하다.


시장의 과밀화와 이에 따른 과당경쟁, 폐업의 악순환이 이처럼 고착화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달까지 약 5년 동안 소진공이 운영하는 '신사업창업사관학교'를 졸업한 672명 가운데 61.6%인 414명은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점업 창업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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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밀은 폐업을 부른다. 지난해 자영업 시장에서 모두 58만6209곳이 폐업을 했는데, 이 가운데 도ㆍ소매업과 숙박ㆍ음식점업 폐업이 각각 15만4728건(26.4%), 14만1164건(24.1%)이었다. 이들 업종이 전체 자영업 폐업사례의 과반(50.5%)을 차지한 셈이다.


두 업종의 5년 생존율은 각각 25.4%, 18.9%로 저조하다. 가뜩이나 살아남기가 어려운 영역으로 창업자가 몰리고, 여기에서 '불 보듯 뻔 한' 싸움을 벌이다가 결국은 다수가 나가떨어지고 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소진공은 중기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예산ㆍ정책 지원사업을 일선에서 집행하는 기관이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신사업의 아이디어를 발굴해 창업을 지원한다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2015년에서 지난달까지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등에 진출한 졸업자는 영역에 따라 많아야 47명에 불과했다.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 다음으로는 제조업 창업자가 98명으로 많았다.


어기구 의원은 "생계형 업종에 창업이 집중되다 보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폐업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망업종 창업 유도 등 과밀업종 분산을 위한 사업지원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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