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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20세기 최고'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 89세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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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 '영향에 대한 불안'서 "시적 상상력의 가장 큰 방해물은 '선배' 시인"

연합뉴스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
[해럴드 블룸 페이스북]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20세기 최고의 문학평론가로 평가받는 해럴드 블룸 예일대 교수가 14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89세.

예일대 측은 블룸이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위치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블룸의 아내 진은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그가 지난주까지도 교편을 잡고 책을 썼다고 전했다.

대표작인 '영향에 대한 불안'을 비롯해 20여권의 문학 비평서를 남긴 블룸은 문학계에서 다루는 학술적 주제를 쉽게 풀어써 일반 독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힘써왔다.

블룸은 셰익스피어와 괴테, 네루다 등 서구 문학의 대가 26명과 그들의 작품을 엄선해 분석한 '서구문학의 정전'(The Western Canon)과 성경의 기초가 된 고대 문서를 한 작가의 문학 작품으로 바라본 'J의 서(書)'(The Book of J)를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특히 그는 1973년에 출간한 '영향에 대한 불안'을 통해 "시인의 상상력을 방해하는 '영향'의 장본인은 바로 후배 시인의 독창성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차지한 선배 시인"이라는 독창적 해석으로 주목받았다.

이전까지 후배 작가가 선배 작가를 모방하는 것을 당연한 문학적 전통으로 여겼던 것과 달리, 후배 시인이 선배 시인의 업적을 뛰어넘기 위해 이를 의도적으로 부정하고, 왜곡하는 치열한 투쟁을 통해서 창조성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후 '영향에 대한 불안'이라는 책 제목은 "영향력 있는 사람에 대한 불안에 도전하는 제이지(래퍼)"라는 뉴욕타임스(NYT)의 기사 제목이나, 책 제목을 그대로 본뜬 록밴드까지 다양하게 변용되면서 대중문화에까지 스며들었다.

1930년 뉴욕의 정통파 유대교 가정에서 태어난 블룸은 유대인 언어인 '이디시어'로 된 시를 읽으며 처음 문학을 접했다.

젊은 시절 한번 앉은 자리에서 1천쪽의 책 읽을 정도의 독서광이었다고 고백한 블룸은 "그들(문학 작품)은 자유로움을 선사하며, 원초적인 충만함으로 나를 해방한다"고 말했다.

한편 예일대 학생들은 그의 타계 소식에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일부는 블룸의 비범한 학식과 영시를 암송하는 놀라운 능력에 대해 감탄했지만, 일각에서는 지난 2004년 작가 나오미 울프가 폭로한 블룸의 성추행 의혹을 거론하기도 했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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