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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미래 불안감 드러낸 ‘문전성시 이민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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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지난해 신청한 말레이시아 10년 장기비자가 전년보다 배로 껑충 뛴 1500건에 달한다는 중앙일보 보도(10월 14일자 1면)는 충격적이다. 또 6억원이 필요한 미국 이민 설명회 역시 문전성시라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이민을 위해 사들인 해외 부동산이 올해 상반기에만 3000억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얼핏 보면 국력이 신장한 결과로 보이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씁쓸하기 짝이 없다. 한마디로 한국에서 더는 희망을 갖지 못하고 미래도 암울해 떠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40대 사업가 이모씨는 “한국에서 인건비와 각종 세금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며 “말레이시아는 상속·증여세도 없어 한국에 남겨둔 재산도 차차 정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 한국 경제 현실을 보면 이런 비관론이 결코 일부 국민의 넋두리라고만 할 수 없다. 그간 사업가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 같은 반시장·반기업 정책으론 기업하기 어렵다고 수없이 호소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2년6개월째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참담하다. 생산·투자·소비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온전한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자리도 세금을 투입한 노인 알바를 빼면 30·40세대 일자리는 급감했고, 빈부 격차는 오히려 확대했다. 올해 성장률 1%대 진입 우려가 말해주듯 경제 활력도 크게 떨어져 서울의 번화가인 강남구 신사동 공실률이 18%에 달할 정도다.

더구나 세계 경제 흐름과 거꾸로 법인세를 올리고 기업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65%)에 달한다. 이러니 이민 상담이 문전성시다. 아무리 읍소해도 경제 역주행이 멈춰지지 않자 사업을 접고 세금을 피해 해외로 뜬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이호승 경제수석은 “한국 경제는 선방하고 있다”는 정부의 단골 입장만 반복했다. 이민 열풍이 보여주듯 현장의 실상과는 다른 인식이다. 정부는 이민 증가가 극소수의 일이라고 치부해선 곤란하다. 지금이라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이들을 붙잡고 경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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