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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민심 등돌리고 與도 출구전략 요구…조국, 더이상 힘들다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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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전격 사퇴 / 조국, 왜 갑자기 물러났나 ◆

매일경제

퇴근 아닌 퇴임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사퇴 표명 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서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우측의 시계가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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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권 내에서도 사전에 감지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는 전격적이었다. 지난 8월 9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66일, 지난달 9일 장관직에 공식 임명된 지 35일 만이다. 사퇴가 급작스러웠던 만큼 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문재인정부를 비롯한 여권 전체의 급격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점을 먼저 꼽았다. 취임 이후 견고하게 지켜냈던 국정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사퇴의 직접적 배경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나타났던 사상 유례없는 국론 분열도 장관직 수행에 큰 부담을 줬던 것으로 분석된다. 서초동의 '조국 수호'와 광화문의 '조국 사퇴'로 국론이 쪼개지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국정 운영 부담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 논란 이후 이어진 여론 악화가 좀처럼 반전 조짐을 보이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조국 사태가 보수와 진보 간 진영 대결로 불이 붙으면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 간 지지율 격차 역시 취임 이후 최소폭으로 좁혀졌다. 여권 관계자는 14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집권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정부로서는 조 장관을 더 끌고 갔다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 처했고, 이런 상황을 조 장관 스스로가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총선을 앞두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조국 사태의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미·북 비핵화 협상, 남북 관계 개선, 일본 수출규제 대응 등 외교적 현안이 산적한 엄중한 시점에 조 전 장관 문제로 국론 분열이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국가적 난맥상을 극복하고 국면을 전환해 검찰개혁과 국정과제 수행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조 장관 사퇴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씨를 비롯한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데 현직 장관으로서 소환되거나 수사받는 상황을 피한 채 '명예퇴진'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조 전 장관 가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조 장관을 낙마시킬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찾아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날 정씨를 다섯 번째로 비공개 출석시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르면 이번주 중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점이 임박한다면 조 장관으로서는 거취를 결단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영장 청구를 전후해 사퇴를 발표하면 결국 검찰 수사에 밀려 장관직을 내려놓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 주변에서는 조 전 장관이 국정감사 위증죄 우려 때문에 사의를 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에는 법무부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는데, 조 전 장관은 여기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인 선서 후 국감에서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이 사퇴를 앞당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발언했다가 위증죄로 고발당했다. 국정감사 위증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조윤선 전 장관은 2017년 7월 1심에서 국정감사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조국 전 장관은 그동안 기자간담회와 인사청문회 등에서 웅동학원을 비롯한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근 조 전 장관 자택 컴퓨터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웅동학원 부동산을 가압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검토를 한 소송 대응 문건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적으로는 임무 완수의 명분을 어느 정도 쌓았다는 평가다. 조 전 장관이 이날 특수부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개혁을 1차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으로 일하면서 강조했던 '소명'을 일단 완수했다는 판단이 사퇴 결심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조 장관은 14일 특수부 축소, 특수부의 반부패수사부 명칭 전환 등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검찰개혁안은 15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예정이다. 검찰개혁안 발표로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수 있는 1차 임무는 사실상 완수한 셈이다. 기존 7곳 특수부를 서울·대구·광주 3곳으로 축소하는 개혁안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정도 개혁안으로 장관직을 내려놓느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는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조건하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소명의식이 조 전 장관이 장관직을 던진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송성훈 기자 /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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