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 인터뷰
장단기 금리 의미있는 수준 역전
독일 역성장 등 곳곳에 위험 신호
기업·개인 무리한 확장·대출 금물
미리 대비땐 덜 심각하고 짧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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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부분적인 무역합의가 경제의 연착륙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중국과의 무역상황이 유일한 문제는 아닙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나 유럽의 경기침체는 미국과 아시아에 나쁜 영향을 줄 것입니다. 무역합의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는 피하기 어렵습니다.”
장단기 국채수익률 역전이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캠벨 하비(사진) 듀크대 퓨콰비즈니스스쿨 교수는 13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11일 미중 무역협상 부분합의에 대해 “어떤 식의 무역합의라도 경기에는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다른 리스크 요인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다시 불붙을 수 있는 무역전쟁 △내년 미 대통령선거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 △유럽의 경기침체 가능성 등을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를 기록한 데 이어 3·4분기에도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을 글로벌 경제의 큰 위협요소로 봤다.
이 때문에 그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가 경기둔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비 교수는 “현재 미국은 종전 기록인 120개월을 깨고 124개월 연속 경기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10년은 150년 만에 불황이 없는 유일한 10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황을 예측하는 신호를 볼 때 내년에 경기침체가 와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수익률 역전모델은 각각 일곱 번의 침체를 예상하는데 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6월30일 기준으로 장단기 금리가 다시 의미 있는 수준으로 역전됐는데 이는 내년이나 오는 2021년 초에 경기침체가 찾아온다는 신호라는 진단이다.
그는 다음 경기침체가 얼마나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는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며 “경영자들은 경기침체에 놀라면 급격하게 고용을 줄이고 투자를 삭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경고 신호가 있으면 경영자와 소비자들이 준비를 할 수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다음 침체는 이전보다 덜 심각하고 기간도 짧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비 교수는 경기침체를 완벽히 피하기는 어려워도 경제주체들이 겪는 고통의 수준은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은 모두가 조심해야 할 때”라며 “최고경영자(CEO)는 대규모 확장에 승부를 걸면 안 되고 소비자들은 대출을 많이 받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금은 투자자들이 고평가된 주식에 돈을 넣을 시기는 아니다”라며 “이런 신중한 행동은 경기침체를 둔화시키고 아주 이상적으로는 경기침체 대신 짧은 기간 동안 낮은 성장률로 지낼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둔화를 알리는 빨간불이 곳곳에서 들어오고 있는 만큼 경기침체를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비 교수는 1986년 3개월과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역전되면 경기침체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1950년 이래 네 건의 사례가 있었고 이후 같은 조건에서 세 번의 경기침체가 더 발생했다. 정상적인 경제상황에서는 단기보다 장기금리가 높아야 하는데 경기침체가 우려되면 투자자들이 장기국채에 몰려 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한다. 그 결과 장기채권의 금리가 단기보다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가장 최근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해 일곱 번의 침체를 예상해 모두 적중했다는 점에서 그의 연구는 경기침체를 전망하는 정확한 모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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