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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나를 내려놓으라"는 조국… "나를 버려라" 盧 연상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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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조국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국민들은 나를 내려놓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줄 것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한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2009년 당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들한테 “여러분이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조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이날 전격 사임의 뜻을 표명했다. 그는 “(검찰 수사로)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며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은 나를 내려놓고, 대통령에게 힘을 모아줄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만신창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조 장관은 지난달 취임과 동시에 가족 전원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고 자택 압수수색 등 고초를 겪어왔다.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는 진작 구속됐고 조 장관의 친동생 조모(52)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됐다.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씨는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있다.

조 장관 본인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입건됐는지 여부를 놓고선 견해가 갈린다. 검찰은 조 장관 취임 이후 청와대와 여당, 법무부 등이 하도 “자꾸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엄포’를 놓은 탓인지 조 장관이 피의자인지 아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조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고 자연인 신분이 되면 소환조사 통보 등을 통해 그가 피의자인지, 아니면 그냥 참고인인지 명확히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국민들에게 “나를 내려놓으라”고 한 조 장관의 메시지가 2009년 역시 본인과 가족이 검찰 수사를 받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전 대통령은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중수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할 날을 앞둔 2009년 4월22일 홈페이지에 띄운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제 저는 민주주의나 진보, 정의를 말할 자격을 잃었다”며 “더 이상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으며,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저를 여러분이 버리셔야 한다”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현 문 대통령이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다.

또 노영민 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 대변인이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입장 표명 직후 ‘전(前) 대통령’이란 예우 호칭도 뺀 채 “노무현은 이제 역사가 되어버렸다. 모든 평가도 역사가 할 것이다”라고 두 문장짜리 논평을 내 정치권에서 큰 화제가 됐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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