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장기 미제 11
약의 역사에 등장하는 '나쁘고 수상한' 약들의 속사정에 관한 이야기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가짜 약이 주는 진짜 효과, 만병통치약의 진실, 끔찍한 약의 재료, 그리고 마약 이야기까지 약을 둘러싼 '좌충우돌의 파노라마'를 들려준다.
저자는 '최초의 약은 가짜 약이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중세의 연금술사들이 존재하지 않는 '현자의 돌'을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쏟고도 실패했지만, 그것이 단순히 실패로 끝난 게 아니라 근대 의약학 발전의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또 조선 정조가 효험을 예찬한 담배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획기적인 신약으로 조명했던 코카인이 오늘날 '나쁜 약'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중독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자는 나아가 '마약은 정말 나쁘기만 한 것인가' 또는 '좋은 약은 과연 좋기만 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좋고 나쁜 약이 되는 데에는 나름의 속사정이 있음을 보여준다.
책에서 거론된 많은 나쁜 약들은 세상을 크게 바꾸거나 많은 사람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세상을 매혹했다는 점에 이끌렸다고 밝힌 저자는 "약이 인간을 구원할 것인지, 아니면 파멸할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인간을 매혹할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MID. 336쪽. 1만6천원.
▲ 빅 픽쳐 = 션 캐럴 지음. 최가영 옮김.
부제 '양자와 시공간, 생명의 기원까지 모든 것의 우주적 의미에 관하여'가 책이 다루는 내용을 압축적으로 소개한다.
양자 수준에서, 우주 수준에서, 그리고 인간적 수준에서 우리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또 각 수준의 세계는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탐구한다.
시간의 화살, 빅뱅, 양자장론, 코어이론 등 물리학의 핵심이론에서 시작한 저자는 자신의 인생사를 곁들이며 육체와 영혼, 죽음의 의미, 의식의 본질 등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영국 성공회 교회의 독실한 신자 집 안에서 자란 저자는 젊은 시절 과학에 심취해 무신론자가 되었음을 공표하고서 '우리가 왜 여기에 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와 같은 철학적 성찰까지 포함해 과학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믿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과학과 인생에 대한 통찰이 함께 깊어지면서 종국에는 "과학은 세상을 기술하는 학문이지만 과학지식을 가지고 우리가 뭘 할 건지는 별개 문제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글루온. 632쪽. 1만9천800원.
▲ = 한국일보 경찰팀 지음.
지난 2016년 4월부터 8월까지 한국일보에 연재된 '잊어도 될 범죄는 없다' 시리즈를 바탕으로 했다.
2015년 7월 살인 사건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개정 형사소송법, 일명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계기로 미제 사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시작한 연재였다.
다른 TV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여러 장기 미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해결의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다. 목포 간호학과 여대생 피살사건과 양산 택시기사 피살 사건 등 책이 다루는 사건 대부분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다.
저자인 각 사건의 현장 취재기자들은 "일반인에게는 세간의 관심에 따라 호출되는 사건일 수 있지만, 사건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치유되지 못한 깊은 상처"라며 "이런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까지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북콤바. 202쪽. 1만3천500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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