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각 편대'가 1주일 사이 6조원에 육박한 선박을 수주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3사 올해 누적 수주액의 약 26%에 해당하는 물량을 7일 만에 빨아들인 것. 4분기 수주 급증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한국이 올해도 중국을 누르고 2년 연속 세계 1위 조선국 자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14일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싱가포르 선사 이스턴 퍼시픽은 현대중공업에 1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1척을 발주했다.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1척 모두 LNG(액화천연가스) 추진 시스템이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총 15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6766억원(약 5억7179만 달러)에 차세대 이지스함도 수주했다.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현대중공업과 비슷한 시기에 초대형원유운반선(VLCC)과 MR탱커(액체화물운반선) 등 2억9600만달러 수주에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1일 3000톤급 잠수함과 LNG운반선 2척을 방사청과 미주지역 선사로부터 수주했다. 총 계약금액은 1조5600억원(약 13억1800만달러).
삼성중공업은 지난 8일 대만 해운사인 에버그린으로부터 세계 최대 크기인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약 1조1000억원(9억2000만 달러)에 수주했다. 10일에는 말레이시아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4853억원(약 4억1000만달러)에 수주했다.
조선3사가 10월 둘째 주 수주한 선박의 총 규모는 50억2000만달러(현대중공업그룹 23억7000만달러, 대우조선해양 13억2000만달러, 삼성중공업 13억3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5조9400억원 수준이다. 3사가 올해 1~10월 수주한 전체 총액의 26.2%에 해당한 수주를 1주일 만에 체결했다.
A조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이 시황과 가격을 보며 발주를 미뤄왔는데, 연말이 다가오자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다"며 "4분기 수주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그리스 선사와 1조8000억원 규모의 VLCC 14척 수주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한 호주 바로사 프로젝트와 나이지리아 봉가 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 등 해양플랜트도 연내 발주될 가능성이 있다. 두 건 모두 1조5000억원 안팎의 사업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카타르가 최소 40척 규모의 LNG운반선을 연내 발주 가능성이 있다. 발주가 현실화하면, 한국 3사의 독식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4분기 수주에 청신호가 들어오며 한국이 올해도 중국을 누르고 조선업 세계 1위 자리를 이어갈 가능성도 높아졌다. 올해 1~9월 중국의 누계 수주실적은 598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한국(527만CGT)의 추격 범위 안에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카타르의 LNG운반선 발주 성사"라며 "카타르에서 올해 안에 발주를 추진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아직 이를 확신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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