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발견지엔 펜스 쳐 내부에서 죽도록…남은 개체는 사살
2차차단선 위 멧돼지 2만마리 추정…민통선 이북 계획적 포획
軍저격수-민간사냥꾼 팀 투입…사전포획 가능지 전국으로 확대
살처분 돼지 15만마리 넘겨…한돈협회 "집돼지 몰살반대" 시위
【부산=뉴시스】 지난 12일 오후 11시 2분께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해운대나들목 인근 부산방향 1.9km 지점을 달리던 SM5 승용차가 갑자기 나타난 멧돼지 한 마리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 멧돼지는 현장에 죽었다. 2019.10.13. (사진=부산경찰청 제공)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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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잇달아 발견되면서 바이러스의 추가 전파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야생 멧돼지가 양돈 농가 내 사육 돼지와 접촉해 병을 옮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야생 멧돼지 간 추가 전파, 그리고 바이러스의 남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접경 지역의 멧돼지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접경지 외 지역에서도 사전 포획을 늘려 멧돼지의 개체 수를 조절하겠다는 계획이다.
14일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ASF 바이러스가 야생 멧돼지로부터 사육 농가로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려면 멧돼지 폐사체가 야생에서 많이 보여야 한다"며 "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직후부터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멧돼지를 집중 예찰을 진행했고, 군에서도 DMZ 등을 수색했는데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ASF 바이러스가 접촉에 의해 전파되고, 한 번 걸리면 치사율이 100%에 달하기 때문에 번식력이 높은 야생 멧돼지의 경우 가족 단위로도 폐사체가 발견됐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돈 농가를 중심으로 발병 사례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야생 멧돼지가 1차 감염원이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환경 당국의 입장이다.
【서울=뉴시스】농림축산식품부가 철원·연천 내 일부 지역을 '집중사냥지역'으로 설정, 총기를 이용한 야생멧돼지 포획을 허용하기로 했다. 최근 야생멧돼지에서 5마리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데 따른 긴급조치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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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ASF가 발생한 북한으로부터 감염된 야생 멧돼지가 철책을 넘어왔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당국은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철조망과 콘크리트 등으로 구성된 3중 철책을 뚫고 남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지금까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야생 멧돼지도 농가에서부터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강원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야생 멧돼지 수가 5마리로 늘어나면서 정부는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접경지 내 멧돼지를 모두 없애기 위해 해당 지역을 단계별로 나눠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발견된 지역은 '감염위험지역'으로 분류해 임시 펜스를 설치하고 기피제를 활용해 멧돼지의 이동을 차단토록 한다. 펜스 내 감염된 멧돼지가 있다면 펜스 밖으로는 확산되지 않고 그 안에서만 전파될 수 있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펜스 내 멧돼지가 폐사하는 경과를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남은 개체들은 총기로 포획할 수 있도록 한다.
【세종=뉴시스】야생 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데 따라 방역 당국이 설정한 관리 지역 구분. (사진 =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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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ASF 종식에 성공한 체코의 사례를 참고한 조치다. 체코에서는 사냥 전 일정 지역을 묶어 그 안의 멧돼지들이 자연히 폐사하기까지 기다린 후 남은 개체들을 사냥하는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멧돼지를 무분별하게 수렵한 것이 ASF 확산의 원인이 됐다는 보고서도 있어 이 같은 단계적인 방침을 마련했다고 환경부는 설명한다.
경계선으로부터 2㎞ 폭 구간은 '차단지역'으로 설정, 멧돼지를 전면 제거한다. 시·군별로 포획단을 동원해 동시 투입한다. 포획단 규모는 수렵인 수나 멧돼지의 서식 밀도 등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최소 30명으로 설정할 수 있다. 2차 차단선 위 17개 시·군에는 현재 2만마리 정도의 야생 멧돼지가 있는 것으로 환경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오순민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장이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추진상황을 발표하고 있다. 2019.10.14. ppkjm@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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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파주시, 김포시, 연천군, 인천 강화군, 강원 철원군 등 사육 돼지 또는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발병한 5개 지역과 고양·양주·포천·동두천·화천 등 인접 5개 시·군은 '발생·완충지역'으로 설정한다. 이곳에선 멧돼지를 사살하면 서식지를 교란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총기 포획을 금지한다. 단,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달 말까지 포획 트랩을 80개 신규 설치할 계획이다. 포획 틀은 현재까지 298개가 설치돼 있는데 추가 확대를 위해 부처 간 논의 중에 있다.
남양주·가평·춘천·양구·인제·고성·의정부 등 인천·서울·북한강·고성(46번 국도) 이북 7개 시·군은 '경계지역'으로 두고 집중 포획에 들어간다. 멧돼지 절멸을 목표로 이달 안에 무료 수렵장을 개장하고 민간 수렵단 모집도 확대한다. 포획 보상금은 마리당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경계지역과 차단지역 등에서 멧돼지가 한 마리도 살지 않게 되면 가장 안전한 상황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하태식 대한한돈협회 회장이 14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원인 규명 없는 집돼지 살처분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최성현(왼쪽부터) 대한한돈협회 상무, 하 회장, 박광진 대한한돈협회 경기도협의회장, 김재경 대한한돈협회 과장. 2019.10.14. dahora83@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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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총기 포획을 반대해 오다가 ASF가 확산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의 멧돼지 포획 실적은 2010년 1만마리 이하 수준에서 현재는 연간 5만마리까지 증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멧돼지 서식 밀도가 높아지고 북한에서 ASF가 발생해 포획 조치를 점차 강화해왔다"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현재까지 ASF가 발생한 지역에서 살처분된 돼지는 총 15만4548마리다. ASF 발생지가 몰려 있는 파주와 김포, 연천에선 농가가 희망하는 만큼 정부가 수매하고 남는 돼지는 예방적 차원에서 모두 살처분하는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93개 농장에서 3만81마리 돼지를 수매 신청해 와 1만9127마리의 수매가 완료됐다.
대한한돈협회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를 반대하는 시위에 나섰다. 야생 멧돼지에서도 발병이 빈발한 데, 집돼지만 몰살하는 정책은 축산 농가에 과도한 희생을 강요한다는 주장이다. 키우던 돼지가 한 번 살처분되면 재입식 시점까지 예상할 수 없어 합리적인 보상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협회는 촉구하고 있다. ASF에 따른 살처분 보상금은 현재로선 시가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suw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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