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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당정청 2025년 외고·자사고 일괄 폐지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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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지난달 비공개 당정청 협의회에 보고

고교학점제 맞춰 시행령 고쳐 일반고 일괄 전환

교육부 "아직 결정안돼, 의견수렴 뒤 연내 발표"

중앙일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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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정부, 청와대가 2025년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에 맞춰 모든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바꾸겠다는 방안이다.

14일 국회 교육위 소속 의원들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당·정·청협의회에서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당시 협의회엔 조승래 의원 등 국회 교육위 여당 의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이 잇따르자 지난달 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교 서열화 해소, 대입 공정성 제고 등을 위한 강력한 교육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정·청은 이에 따라 외고·자사고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교육부가 제안했던 방안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전국의 모든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시에 일반고로 바꾸는 방식이다.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5년 단위의 평가를 통해 자사고·외고 등을 일반고로 바꾸는 '단계적 전환'을 추진했다.

학교별로 평가해 기준 점수에 못 미친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전국 42개 자사고 중 24곳이 평가를 받았고, 탈락한 10곳은 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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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자사고 지정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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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해당 학교·학부모·지역사회의 반발이 이어졌다. 탈락했던 자사고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당분간 자사고 지위도 유지하게 됐다. 때문에 진보 교육감과 진보 교육단체 사이에선 "실효성은 떨어지고 혼란만 커지는 단계적 전환 대신 교육부가 시행령을 고쳐 한꺼번에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교육부가 전환 시기로 제안한 2025년은 고교학점제가 전국에 실시되는 첫해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고등학생이 본인의 진로·희망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제도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일반고도 '수월성 교육'이 가능해져 자사고·외고를 원했던 학생·학부모의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고 교육부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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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평가 대상 자사고·외고·국제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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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교육부는 내년부터 자사고·외고의 자진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스스로 지위를 바꾸는 학교에 제공하는 지원금을 늘리고, 일반고 전환 뒤에도 동일한 학교 이름을 쓸 수 있게 허용한다는 방안도 보고했다. 현행 자사고·외고에 특성화된 교육과정의 운영도 일부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신입생을 전국에서 선발하는 일반고을 시·도 단위 모집으로 바꾸는 방안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학생의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충남 공주 한일고·공주사대부고, 경남 함양고 등 전국 52개 학교가 해당한다.

이런 방안이 확정될 경우 자사고·외고의 일괄 전환을 결정한 뒤 실제 적용까지 5년 이상을 남겨두게 된다. 진보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국장은 "올해와 내년 교육청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외고에 5년간의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5년 일괄 전환'은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성철 대변인은 "정권과 교육감에 입맛에 따라 시행령을 고쳐 고교를 바꾸고 없애는 일이 반복돼선 곤란하다. 고교 체제와 같은 국가 교육의 큰 틀은 국회가 법률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신 교육부 대변인은 "교육부는 고교 서열화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은 어떤 내용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부총리는 "지난 과정과 최근 드러난 문제를 종합해서 의견 수렴 중이다. 연내에 방침을 발표하겠다"고 발언했다.

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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