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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홍콩 민주화 시위 장기화로 증시가 출렁이면서 은행권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4대 시중은행을 통해 25조원가량 팔린 홍콩H지수 기반 ELT가 조기상환에 속속 실패하면서 지난 2016년 대규모 손실을 본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0일부터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신탁상품에 담은 ELT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앞서 신한, KEB하나, 우리은행이 8~9월부터 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펀드(ELF) 판매를 중단했지만 저점 투자 수요가 있는 ELT는 계속 판매해 왔다.
4대 시중은행 중 홍콩H지수 기반 ELT를 가장 적게 판 우리은행이 판매 중단에 나선 것은 홍콩 정부의 송환법 추진을 기화로 홍콩 증시 변동성이 확대, ELT 조기상환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 11일 기준 1만452.58로 4월17일 고점(1만1881.68) 대비 12% 빠졌다. 예컨대 4월17일 만기가 3년이고, 6개월 조기상환 조건이 '90%-90%-85%-85%-80%-65%(발행시점 대비 기초자산 가격)' 이상인 상품에 투자했다면 오는 17일 조기상환에 실패, 만기가 6개월 뒤로 자동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상당수 ELT가 조기상환에 실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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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는 최근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입힌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과는 달리 만기가 3년으로 여유가 있다. 그러나 ELS 투자자 대부분이 조기상환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투자금이 묶이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다. 만기에도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미만이면 원금을 잃는다. 시장에서는 홍콩 사태가 장기화되고,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홍콩은 물론 글로벌 경제를 흔들 '블랙스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리스크에 노출된 홍콩H지수 기반 ELT 잔액은 4대 은행 기준으로 9월말 25조6000억원이다. 전체 ELT 잔액(32조7000억원)의 78% 비중을 차지한다.
이미 전체 시장의 ELS 조기상환액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ELS 조기상환 규모는 지난 7월 8조4000억원에서 8월 4조400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번달과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홍콩H지수 기반 ELS는 각각 7조5300억원, 7조1200억원 규모로 상당수가 조기상환에 실패, 투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높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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